로그인 |회원가입
원주투데이포털 | 6.4지방선거 맛집캘린더
 
  최종편집 : 2015.6.1 월
   
> 뉴스 > 읍면동 | 차한잔의사색
     
찔레꽃 피는 때
2001년 06월 04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찔레꽃이 피는 때면 보리밭에 보리 싹은 배동이 지기 시작한다.
그 때면 낮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까닭은 가난의 시름 속에 허덕였던 60대 노인층 사람들만이 느끼는 계절의 감각이다.


이제는 먹고사는 일에 계절의 차가 없고, 몸으로, 맘으로 느끼는 감각 또한 별 차이가 없다.

가난했던 시절의 이맘 때면 뱃속은 비어 쪼르륵 소리가 나고 저녁 먹을 시간은 길게만 느껴지며, 허기진 입속에 물을 들이키던가 찔레꽃 피는 덤불에 찔레나무 새순이 흐들벅지게 자란 놈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는다.


달콤 상큼한 맛을 혀끝으로 감아 돌리며 먹든 그 때의 느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온몸으로 계절을 느껴야 했던 만큼 찔레꽃 피는 때의 영상을 평생 두고 잊지를 못하고 무덤 속까지 지니고 갈 것 같다.


보리밭에 보리 싹이 어머니가 동생을 뱃을 때처럼 통통하게 부른 배, 그렇게 보리이삭이 패면 노랗게 빨리 여물기를 바랬던 그 기다림 또한 지루했었다.

찔레꽃 피는 계절의 한 낮은 뻐꾸기가 우는데 괸스레 따라 울고 싶은 허기진 마음을 이제 기억해 내는 까닭은, 요즘 공원의 벤치나 지하도 바닥에 노숙하고 배고픈 사람들, 그 분들이 다시 찔레꽃 피는 덤불 밑에 찔레 새순 꺾어 허기진 배와 의욕상실의 요기를 면했으면 싶다.


찔레꽃 피는 초여름 밤에 달빛과 어울린 그 은은한 빛깔에 모 심은 논 구석에서 개구리가 구성지게도 울어댄다.

농촌에 와 씨앗 심고 가꾸며 사는 퇴출자는 서툴어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밤새워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마치 데모하든 자기의 소리 같이 느끼며 밤을 지낸다.
일하기 싫어서, 과거에는 나도 무엇 이였는데라는 자존심 세우다가 입에 풀칠할 것이 없고, 식구들 보기 민만해 떠도는 허기진 가장이 많다한다.


가족 부양의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을 기피하고 자기 하나 입을 채우려고 밥상공동체에서 끼니를 에는 그런 이기주의가 그들에게 혹처럼 달려있다.
먹을 것이 많은데도 일하기 싫어서 굶는 그런 사람들은 찔레나무 가시덩굴에 내던져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봄누에를 치시며 누에고치 섶을 줄때 찔레꽃이 하얗게 핀 가지를 몇개 주며 “찔레꽃 같이 하얗게, 호두같이 단단하게 집져라”
누에가 이 말을 알아들을 리 없지만 그렇게 빌듯 소망하던 모습을 기억해 내는 것은 어머님이 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계절의 느낌, 그리움, 소망 이런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




임 교 순
(아동문학가)

■1938년 횡성군 안흥면 출생

■1957년 춘천사범학교 14회 졸업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으로 등단

■1974년 강원도 문화상
(문학부문) 수상

■1983년 강소천 아동문학상 수상

■1991년 원주군 향토문화상 수상

■1995년 원주 문학 발간

■2000년 중앙초등학교 교장 퇴임

■현 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고문





원주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 원주투데이(http://news1042.ndsoft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기획특집: 시민의 발 시내버스, 인구
사건사고 브리핑
귀래 사랑의집 48년 악연 끊었다
4월 원주지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제16회 장미축제…축하공연·체험행사
행구동 아파트 거래현황…현대아파트 3
제11회 청소년축제 성황
원주천에서 수달 서식 목격
(주)인성메디칼 원주 이전 지역주민
원주문화재단,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대표이사 오원집  |  Tel : 033)744-7114 / Fax : 033)747-9914
발행인: 심형규  |  편집인: 오원집  |  등록년월일: 2012년 4월 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Copyright 2009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jtoday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