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원주투데이포털 | 6.4지방선거 맛집캘린더
 
  최종편집 : 2015.6.1 월
   
> 뉴스 > 읍면동 | 차한잔의사색
     
이런 학생동 있다.
2001년 04월 16일 (월)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내가 아는 수나는 지금은 모 교육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나는 가끔 그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불의에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그 아이는 용돈을 거의 제 손으로 벌어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생활능력이 없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긴 다소의 보상금으로 근근이 세 자녀의 학비와 생계만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나는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그런 그의 어머니를 도와 일요일이면 예식장에 나가 식장주인이 부탁하는 웨딩마치 피아노를 쳐 주었다.


한 번 쳐주면 겨우 3천원을 받는단다. 그런 거라도 연속적으로 치게 되면 다행인데 11시에 치고 한 두어 시간 기다리다가 새로 오후1시 예식에 혼주나 식장주인이 부탁하는 시간의 예식만을 맞추어서 쳐 주다보면 하루 종일을 허비하고도 겨우 돈 만원을 손에 쥐고 들어오게 된단다.


그런 말을 하는 수나는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말한다.
웃음 뒤에 가려진 그 슬픈 사연 때문에 나는 그 아이의 말이 오래오래 가슴을 찡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제가 피아노를 배운 것만도 다행이예요.
그거라도 못했더라면 단돈 3천원도 못 벌었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항상 고맙게 느껴져요.” 그 아이의 말이다.

행복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작은 곳에 있는가?
그러고도 그 아이는 지금 남들과 똑같이 4년제 교육 대학을 아주 잘 다니고 있다.

그런 그 아이를 어느 날은 우연히 피자하우스에서 만났다.
거기서도 그 아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 시간에 1천700원씩을 받는단다(지금은 다소 올랐지만). 머릿속을 얼른 굴려 본다. 10시간을 하면 1만7천원! 참으로 기가 막힌 액수다.
어찌 열 시간씩 부려먹고 그 액수를 준단 말인가? 그런 자리도 없다고 한다면 더 이상 할말은 없지만….

지금 신문지상과 각종 매스컴에서는 연일 우리 교육의 부재, 학교붕괴, 교실붕괴를 외치고 있다.

그래도 교육정책 당국에서는 누구하나 눈도 깜짝 안한다.
심지어 지금 고3이 되는 학생들은 교육개혁의 희생물이니, 이해찬 1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하여 교육의 난맥상을 질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꿋꿋이 참아내며 소리없이 주어진 여건속에서 대처하고 있는 사람은 역시 우리 교사들과 학생들이다.


학교에 이런 주인들이 있는한, 그리고 수나처럼 불우한 환경속에서도 꿋꿋이 ‘자기’를 지키고, 키우는 학생이 있는한 우리의 교육은 무너지지 않는다. 사회를 망치고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어른들이다.
나는 영국의 교육자 닐(Neill 1883∼1973)의 말을 매우 좋아한다.
“문제 어른은 있어도 문제 兒는 없다”고 한 그 말을….

때로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원조교제’라는 것도 그렇다.
아이들이 용돈이 궁해서 어른 남자들에게 손짓을 한다해도 그 어른들이 바로 타일러 준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병든 사회속에서, 병든 어른들 숲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만을 바르게 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수나처럼 자기를 꿋꿋이 지키며 인생을 아니, 삶을 헤쳐나가는 아이도 있지만, 또 대개의 학생들도 꿋꿋이 잘 헤쳐나가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희망’이니 ‘우리의 꽃’이니 하는 단어를 쓸 수 있다.


단, 자성할 일은 갈팡질팡 교육개혁을 한다는 정책자들이고 이 사회, 이 병든 사회의 어른들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 흙탕물 속에서도 아직 건재하다는 이야기다.






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원주여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29회 강원도 문화상
(문학부문 1987)

■춘천 시민상(1999)문화
예술부문수상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점하나로 남기고
싶다》,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
《난 자꾸 눈물이 난다》,
《슬픈 도시락》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상재
이런 학생도 있다


원주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 원주투데이(http://news1042.ndsoft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기획특집: 시민의 발 시내버스, 인구
사건사고 브리핑
귀래 사랑의집 48년 악연 끊었다
4월 원주지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제16회 장미축제…축하공연·체험행사
행구동 아파트 거래현황…현대아파트 3
제11회 청소년축제 성황
원주천에서 수달 서식 목격
(주)인성메디칼 원주 이전 지역주민
원주문화재단,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대표이사 오원집  |  Tel : 033)744-7114 / Fax : 033)747-9914
발행인: 심형규  |  편집인: 오원집  |  등록년월일: 2012년 4월 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Copyright 2009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jtoday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