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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2005년 06월 07일 (화) . .
-  정렬-

달팽아 달팽아 집 없는 달팽아
눈 없는 우렁이도 대수리도 말조개도
물 속 깊이 숨어서 대문 걸고 속문 걸고
혀 빼어 장롱 속에 감추고
귀를 막고 사는데,
달팽아 달팽아 눈 있는 달팽아
집도 발도 없는 너는,
왜 풀 한포기 없는 한길에 나와
짓밟히는 전신을 귀로 쭝깃거리며
피 흘리는 전신을 눈으로 껌벅거리며
세상사 끝까지 다, 다아 보고
할 말은 끝내 이 땅에 묻어두고,
살아남은 귀먹고 눈먼 것들을 위하여
성난 구둣발에 스스로 짓이겨져
할 말로 할 말로 달게 죽은 달팽아.

●감상

정 수 일(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이사/시인)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60년대, 70년대, 80년대 그 시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보고 알아야할 것이 있어도 그 모든 자유를 상실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대상황을 사상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 정렬은 풀숲에 사는 달팽이라는 미물을 등장시켜 힘들고 어려운 시대상황을 재치있게 풍자했습니다.
모두 다 꼭꼭 다물고 그저 죽은 것처럼 몸조심 하는데, 그런 때 힘없는 민중이지만 그 민중의 저항 속에서 할 말 못하고 희생을 달게 받던 민초들의 저항을 그린 시입니다.
우리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정당성을 잃고 희생을 강요받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았던 그 암흑의 시대를 시인 정렬의 풍자시를 통해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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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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