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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록 (病床錄)
2005년 05월 23일 (월) . .
-??김관식 -

-앞부분 생략-
기침이 난다.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방안 하나 가득 찬 철모르는 어린것들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고단한 숨결은 한창 얼크러졌는데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가난함에 행여 주늑들지 말라.
사람은 우환에서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아하, 새벽은 아직 멀었나 보다.

◇감상
정 수 일(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 이사/시인)

독자 여러분, 이런 가난과 이런 죽음의 절박함을 아는가?
시인 김관식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 시대의 부조리와 정치적 모순에 맞섰다. 가난하게 사는 자신과 자신의 이웃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융합된 만년의 그의 시들은 옛 선비의 칼칼한 목소리로 울려온다.

이 시는 생의 절박함 속에서도 비할 바 없이 고귀한 지혜와 놀라운 예감이 담겨있다. 나이 36세에 요절한 김관식, 25살에 세계일보 논설위원이 되었던 그는 10년여를 병고에 시달리면서 1970년 생을 마감할 무렵 어느 날 선열과 기침으로 잠이 깬 한밤 그의 자녀들의 고단한 숨결을 보며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 그 시련을 딛고 일어서야 훌륭한 보검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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