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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경씨‘단계동 890번지 … 추진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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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마을 만들거예요”
시아버지와 남편 뒷바라지와 두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
“불편하고 위험해도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게 못마땅해 시작”
<br><br>단계동 890번지에 사는 최윤경씨(36)는 평범한 주부다. 시아버지 강용건옹(79)을 극진히 봉양하고 남편 명오씨(43·원주시청 근무)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뒀다.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을 쪼개고 아껴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데 최씨는 생활이 불편한건 참아도 주변의 환경이 아이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br><br>단계동 890번지 일원은 원주교도소 옆에 있는 신흥택지로 90년대 중반 조성됐다. 주택이 오밀조밀 붙어있긴 해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 정도로 도시적 형태를 띠고 있다. 그건 참을 수 있었는데 11살된 딸 주영이가 평원초교까지 가는데 너무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건 참을 수 없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너무 위험해 보였고 장미공원 가기 전에는 인도가 없어 아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걸어가야 했다.
<br><br>최씨는 혼자 힘으로는 힘들겠다 싶어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 우선 공동대표단 10명을 조직했고 이들과 함께 마을주민 10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4월 ‘단계동 890번지 일원 살고싶은 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를 탄생시켰다.
이 단계까지 오는데는 원주여성민우회 활동을 하며 키운 자치의식이 많은 도움이 됐다. 주어진 환경에 수긍하고 맞춰가기 보다는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눈치보지말고 앞장서자는 것.
<br><br>추진위원회에서 가장 처음 한 일은 명칭에 걸맞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여러차례 머리를 맞댄 결과 아이들 놀이터나 주민들 쉼터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아이들 등하교 환경을 안전하게 개선하자는 의견이 나와 육교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고 오랫동안 마을에 방치되고 있는 차량을 치우자고 했다.
<br><br>깨끗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 한곳에 모아두기, 마을 공동 청소등도 제안됐다. 환경개선을 위한 제안은 당장 실천으로 옮겼다. 도심지에서 주민들이 마을안길을 청소하기 위해 한꺼번에 문밖을 나서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닌데도 이들은 현실로 옮겼다.
놀이터 조성이나 육교 설치, 등하교길 인도 설치는 관계기관인 원주시에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육교나 인도설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원주시의 회신을 받고 최씨는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br><br>위안이 됐다면 원주시가 예산 2천만원을 들여 올해 마을에 쌈지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결정으로 큰 힘이 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최한 ‘여성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주민자치 활동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수상단체 대부분이 지역 민우회나 여성단체연합과 같이 조직적으로 구성된 단체들인데 비해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만이 유일하게 주민들 스스로 공감대를 형성해 만든 단체여서 빛났다. <br><br>그런데 이같은 엄청난 일을 해낸 최씨는 요즘들어 겁이 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거는 이웃들의 기대가 큰 부담이 된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공동대표단이 많은 힘이 돼준건 사실이지만 올해도 힘을 실어줄지 아직은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br><br>“공동대표단 모두가 올해에도 힘이 돼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단 몇명만 제 옆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최씨의 작은 어깨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최씨는 불편하고 위험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게 못마땅해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시작했다.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개선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br><br>단계동 890번지 일원을 살기좋은 마을로 만드는게 지금은 급선무지만 가능하다면 이같은 분위기가 원주 전역으로 퍼져 원주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고장이 됐으면 좋겠단다. 분위기가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가 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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