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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조씨 원주기독병원 간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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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환자 돌보기
우러나는 애정없이 버틸 수 없어”
“환자들 곁에서 10년쯤 살다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때로는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요.”
11년째 간병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정정조씨(55)가 건넨 첫마디였다.
원주기독병원에서 만난 정씨는 마침 돌보던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게 돼 잠시 짬을 낼 수 있었다. 일주일중 병원을 벗어나는 시간이 단 몇시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병원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철의 여인’인데도 의외로 표정이 밝고 여유로워 보였다.
오히려 그녀를 만나며 도심지를 벗어나 오랜만에 들풀을 꺾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듯한 편한 느낌을 받았다.
정씨가 간병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건 지난 90년부터였다. 충북 옥천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 조상제씨(61)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우연한 기회에 원주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지금은 남편도 정씨를 따라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부부 간병인은 아마 전국을 놓고 봐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몇명 되지 않을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원주와 인연을 맺은 이후 2년여에 걸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이일 저일을 기웃거리다 문득 선택한 직업이 간병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씨가 10년넘게 이 직업을 지탱할 수 있었던 데는 원주기독병원 사회사업과 송자경 교수의 도움이 컸다.
힘들때마다 송교수가 건넨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정씨로 하여금 옷에 묻은 먼지를 털듯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11년이란 오랜 세월이지만 정씨가 돌본 환자는 의외로 30명을 조금 넘을 뿐이다.
짧게는 몇주일을 돌보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길게는 2년 넘게 돌본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2년 넘게 생사고락을 함께 넘다보면 환자가 자신같고 자신이 환자처럼 느껴질때도 있다.
삶과 죽음의 안타까운 경계를 편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가깝게 느끼게 된 배경도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보며 비롯됐다.
일주일중 토요일에 잠깐 집에 들르는 걸 빼고는 하루 24시간 내내 환자와 더불어 살다보니 환자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애정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고 말한다.
한두달도 아니고 2년 넘게 정성껏 돌보며 애정을 담은 환자의 운명을 달리하는 모습을 지키는 것은 정씨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또 운명의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말기암 환자가 자신의 몫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마치 자신의 업보인 것처럼 죄책감마저 느꼈다고.
살다보면 무뎌진다고 하지만 상처는 쉽게 가셔지지 않는다. 가족들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더욱이 남편은 간병하던 환자가 병원을 옮길때마다 함께 옮겨다니며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만남이 쉽지 않다. 그래도 사업실패 이후 부부가 함께 간병인으로 활동하며 휘청거리던 가계부를 튼튼하게 만들고 자식 넷을 모두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었다.
정씨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했던 시기에 자식들 곁에 있어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고 자식 모두가 올바르게 성장한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다.
간병인으로서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다. 자신이 돌본 환자가 퇴원후 잘살고 있다는 전화를 받을때다.
이제는 병을 털어버리고 성한 몸으로 남들이 살아가듯 밥먹고 운전하고 직장다닌다는 소식이 그녀에겐 그토록 반가울 수 없다.
또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농담아닌 농담을 한다. 간병인들 사이에서 ‘간병인 대모’로 불리는 정씨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기까지 남모르는 눈물과 자신의 나이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풍기는 따뜻한 냄새는 보통사람들에게서는 도저히 맡아지지 않을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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