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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농심과 짓밟힌 희망 앞에서
2005년 10월 31일 (월) .
김경현 신부 / 성공회 원주나눔의집 대표

우려했던 대로 지난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쌀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만약 예정대로 국회 본회의에서도 이 비준동의안이 처리된다면 내년 3월에서 4월쯤에는 본격적으로 우리 밥상에 수입쌀이 올라올 것이다.
이날 의결된 비준동의안의 대체적인 내용은 쌀에 대한 완전개방(관세화라 한다)을 2014년까지 연장하는 대신 미국, 캐나다, 인도, 호주 등의 나라로부터 쌀 수입량을 매년 올려 2014년까지 47만 톤을 늘리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친절하게도 수입할 쌀은 ‘가공용’이 아닌 ‘식탁용’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라고 명시까지 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농가 부채에 대한 분할 상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이 역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시민단체와 농민단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 식탁에는 가격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입쌀이 올라올 것이고, 농사를, 특히 쌀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는 급증할 것은 뻔한 일일 것이다.
안전한 식품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는가?
식품 사고가 근래에 잇따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포르말린으로 저장한 장어, 민물고기에 말라카이트 그린을 먹이거나 , 항생제를 과다 복용한 돼지, 납이 검출된 김치, 기생충알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수입산이다. 수입산이란 저가의 음식을 의미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산 농산물은 엄청나게 가격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급식용이나 영세 사업장 등에서 즐겨 쓸 수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농산물에는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이 있다. 결국 먹을거리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먹는 식품을 조작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한다면 이는 결국 천륜(天倫)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각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농산물이 가지고 있는 비신뢰성 때문에 전면 수입 개방을, 그것도 우리의 주식인 쌀은 결코 지켜야 한다는 이유가 된다.
우리 농산물은 우리 민족의 미래이다.
수입 농산물을 반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민족의 토대가 사라질 위협때문이다. 성난 농심은 소중하게 일구어 낸 쌀에 불을 질러서 항의하고 있다. 농업이 죽으면 식량 주권이 사라지면 과연 농민들만 죽는 것일까? 우리 민족 모두가 결국은 식량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이 살아야 소비자들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검증되지 않은 농산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학교 급식에 만이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 아닌가?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요구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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