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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정체성에 대한 짧은 소고(小考)
2005년 04월 18일 (월) . .
가붕현(지역협동사회연구원 운영실장)

지역정체성이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일단 원주지역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면서 발생하는 혼란은 정상이라고 본다. 역사적 사건들과 계기에 대한 일상적 체험, 경험과 기억 등에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범주에 자신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소속시키고 이에 동일시하는 집단정체성은 공무원, 노동자, 장애인, 상공인 등으로 비교적 정리되어 있지만, 지역의 외형적·내면적 인자(因子)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인식되는 총체적인 상인 지역정체성에 대해서는 아직 원주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적이 없고 또한 개인과 집단별로 원주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의 도시 속초, 역사도시 경주, 철강도시 포항 등을 보면 자연조건, 역사, 경제성격 등이 지역정체성을 규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도시들의 정체성이 갖는 공통성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일구어낸 정체성이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거나 정부의 정책으로 발생한 정체성이라는 점이다. 원주는 어떨까, 원주사람이 자부심을 느끼며 떠올리는 대상이나 상징물, 외지인들이 원주하면 떠올리고 표현하는 대상, 원주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치악산국립공원, 강원감영, 원주한지문화제, 원주한살림과 원주생협으로 대표되는 친환경농업의 상징지역,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선봉지역이면서 전국에서 시민사회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 그리고 생명사상의 대표적 인사인 김지하 시인, ‘아침이슬’의 김민기씨 를 비롯한 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스승으로 모셨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원주, 가만히 생각해보면 의미 있는 내용들이 많은 원주이다. 최근에는 삼보TG 농구팀을 통해 원주를 떠올리는 외지인들도 생겼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1998년 26만여 원주시 인구 중 순수 원주출신자는 30%를 넘지 않았고 2005년 현재를 거쳐서 이후 50만 인구가 된다면 그 비율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같이 타지에서 원주로, 원주에서 타지로 가는 이주민들이 많은 원주의 역사적 특징은 수용과 포용 그리고 공존의 문화를 내재시켰다고 본다. 배타성이 비교적 약하고 개방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은 이동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 새로운 지역모델을 창출시킬 수 있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50년대로부터 2005년 현재까지 원주의 외관을 보면 개발지상주의 아래 무질서하고 즉흥적인 도시개발정책이 난무하여 서구식도 아니고 전통성 있는 한국식도 아닌 정체성 없는 도시가 되었다는 점은 도시팽창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원주가 유념해야할 대목이다. 시민의 견제와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관주도의 지역의사결정구조를 극복하고 원주 근현대사 속에 녹아있는 민주화 이력과 선진적인 친환경 의식·의지 등의 시민전통, 그리고 한지문화제와 같은 전통문화의 현대적 복원 역량 등을 자존심으로 삼아, 역동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원주의 정신이 반영된 도시를 추구해야한다고 본다.

  도농통합도시라는 점을 활용하여 시민이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식의 녹색 도시미관 사업, 친환경농업 기반 조성, 도농간 교류활성화 등의 친환경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면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한 현 시점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비슷비슷한 도시 중의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개성 있는 지역정체성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주인의식이 살아있는 역사, 자치, 전통, 문화 등과 같은 도시 내면의 질서와 내용을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현대사회의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원주만의 개성이 발휘되는 원주정체성은 경계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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