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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도시락과 우리 아이들
2005년 03월 14일 (월) .
김경현 (성공회 원주나눔의집 대표)

연초에 터진 부실 도시락 파문이 벌써 가라앉은 듯하다. 연일 방송과 신문을 통해 경쟁적으로 보도되던 뉴스가 사라졌을까? 도시락 파동 이후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용될까?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이런식의 분노에 익숙해진 게 아닌가? 이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아픔과 슬픔에 모두 둔감해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번 도시락 소동은 지난 수년간 반복해온 해프닝의 하나에 불과했다. 특히 결식아동에 관한 소동은 연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한 대로 도시락 사건은 그 아픈 미래는 내다보지 못한 채 한 달도 못돼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때우기식 행정과 무책임할 정도의 폭로로 얼룩진 보도 경쟁으로 급식 대상자인 아동과 그 가족은 큰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채 지쳐가고 있다.

이번 파동의 본질은 도시락의 질이나 내용이 아니다. 예산을 증액하여 도시락의 질을 높인다거나, 지원대상과 횟수를 늘인다거나 하는 것이 아동결식의 현실을 해결 해 줄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그 내면에 더 깊게 자리한 ‘빈곤’이라는 뿌리 때문이다. 실업, 가정불화, 이혼, 결손, 방치, 온갖 기회의 박탈과 배제 ….이러한 빈곤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결식과 부실 도시락이라는 현상적인 문제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에 공개됐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 과연 이러한 근본적인 과제들을 해결해 줄 능력이 있는 것인가? 어찌됐든 최소한 자라나는 아이들의 기초생활은 보장하고 그 과정에 자존감은 다치지 않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존을 위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밥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조차 헤아릴 여력도, 능력도 없는 창피한 어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원주는 겨울 방학을 통해 방학 중 급식을 지자체와 믿을 만한 시민 단체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공동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성이 깃든 도시락을 전달해 주는 것 자체로 그 온기는 전해 질 것이다. 더 나아가서 영양 상태가 안 좋은 아이들에게 특히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가족 간의 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럿이 모여 즐겁게 먹도록 유도하고 교육하도록 해야 한다. 밥상머리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을 체험하는 것이다. 애정과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성장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질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급식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민과 관이 협력하면 크지 않은 예산으로 아주 소중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결식아동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성숙한 자세와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인구 감소의 시대에 이제는 결식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아동들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한다. 학교 급식 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소중한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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