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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이 어디로 갔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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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붕현(지역협동사회연구원 운영실장)
풍물장에 가려고 원주천 고수부지에 차를 주차한다. 벽처럼 서있는 배말타운 아파트가 보인다. 문득, 갈수록 치악산 보기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만해도 치악산을 가로막는 것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건물들 사이에 있으면 당연히 안보이지 않느냐, 갑자기 미시적으로 따진다면 물론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일 있어서 원주천 제방 길을 걷게 되었을 때, 산 능선의 리듬처럼 나를 걷게 해준 것이 어디서든 고개 돌리면 훤히 보이는 치악산이었다.
원주의 자랑이자 상징인 치악산. 좋은 전망을 가진 위치가 상품인 시대라고 한다. 그 위치는 소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게 된다. 원주천 제방 길에서는 돈이 있든 없든 지위가 높든 낮든 누구나 가졌던 공공재산으로서의 치악산 조망권이 저기서는 보이고 여기서는 안보이고 하는 식으로 제한되고 있다. 대부분의 원주시민들은 일이 결정된 후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치악산이 어디 갔을까, 어디 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요즘 원주시를 보면 심각한 문제를 느끼게 한다. 원일프라자에 시네마하우스를 건립키로 한 결정, 테마파크 조성지 변경, 종축장 부지 활용방안, 혁신도시 건설 등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시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나는 원주시민이 아닌가? 하는 상실감이 느껴지고, 관계자들의 “절차에 문제가 없다”라는 태도는 이제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예전 관선시장 시절이 상기되면서 내년 지자체선거가 그 위에 겹쳐진다.
익숙한 풍경들 혹시 못 볼지도 몰라, 찍어두게 사진기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향후 10년 뒤 원주시 지도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무실지구 개발, 군지사 이전과 맞물린 정지뜰 개발, 역사 이전 후 흥업 개발, 문막과 부론의 관광휴양지구 개발, 동화농공단지 및 지방산업단지 조성 등등 한꺼번에 들으면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서 확보하나, 그런 현실적인 고민보다는 볼펜으로 도시를 마구 그려대는 만화적인 상상이 앞서게 된다.
50만 인구가 목표다, 건강도시다, 그러면서 왜 원주시의 목표가 50만이어야 하는지 그 목적은 애매하고, 원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시스템이 구축된 건강도시인지,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의료기기산업도시인지 명확하지 않다.
도시는 사람이 살려고 갖추는 형식의 일종이다. 사람이 목적이고 원주시민이 원주시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군사도시 이후 철학, 문화적 전통성 없이 책상 위에서 도식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원주가 느껴진다. 팽창, 급변하고 있으나 불분명한 정체성에 어지럽다.
구형 하드웨어로 최신버전 소프트웨어를 꿈꾸는 원주시 같다. 속된 표현으로 ‘오버’하고 있다. ‘오버’는 낭비를 초래한다. 최신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해도 제 능력을 현실화시킬 하드웨어를 구비하지 못하면 꿈이 누추해진다. 원주시민과 원주시, 그리고 정치·행정·경제·문화와 도시 외형의 역학 및 소통관계가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 ‘바꾸고 싶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더 늘어나기 전에 정체성을 찾아야한다. 치악산이 어디로 갔을까, 정말 어디로 가기 전에 원주시민이 원주를 바꾸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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