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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금 남은 차한잔이 여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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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강원여성백일장 수필부문 차상 수상작 한모금 남은 차한잔이 여자의 목젖을 타고 내려가고 있을 무렵… 가물거리는 “차”속에 촛점없이 응시하는 얼굴이 들어있다.
얼굴은 복잡한 심정을 들킨것 같아 얼른 한모금 찻잔에 입술을 대었지만 여전히 복잡한 얼굴을 한 여자가 조용히 앉아 있다. 삼키려고 했지만 여자는 “차”에게 마음 밑바닥까지 들켜 버렸다.
“차”속에는 노란색을 한껏 머금은 단풍나무도 들어있고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에 점점이 뿌려놓은 듯한 구름도 들어있다. 여자의 한숨소리에 “차”속에는 한두차례 바람이 일렁거리곤 한다. 여자는 반나절만이라도 일탈을 꿈꾸고 싶어 작은아이의 조잘거림과 인사를 뒤로한 채 집과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대학 교정에 와 있는 것이다.
혼자보기에 벅찬 하늘을 한껏 끌어 안으며 가물거리며 코끝을 자극하는 비록 200원짜리 자판기 “차”한잔이 여자를 꿈꾸게 하고 여자는 행복해하고 있는 것이다. “차”란 점심, 저녁식사후 디저트로 기분상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가공식품 쯤으로 생각 하겠지만 여자는 “차”한잔에 의미를 두고 싶어하고 “차”앞에서는 온전히 자신을 맡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차”앞에서는 여자 또래의 친구들의 지난날의 불같은 사랑에 대한 회상, 자식에 대한 자랑과 사랑, 그네들의 남편에 대한 한숨섞인 하소연들이 저절로 쏟아 내게 된다. 부부사이에 놓인 “차”한잔에서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고마움, 아내에 대한 미움과 측은함이 배어 나온다.
“차”한잔을 감싸고 있는 손의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한모금 남은 “차”한잔이 여자의 목젖을 타고 내려가고 있을 무렵 여자는 배시시 일어나 반나절의 일탈을 접으려 한다. 여자에게 “차”한잔의 여행은 아주 예쁜 꿈을 꾸게 하고 복잡한 심정을 말끔히 없애고 어느새 뜻모를 미소가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여자 집에서의 “차”한잔은 분명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로 일렁거리겠고 남편의 부드러운 말소리가 들어 있고 그 옆에는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이 들어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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