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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같이 산다는 것...
 작성자 : 산골어부  2015-05-26 13:45:21   조회: 567   
사람같이 산다는 것...

“오빠가 정말 사람같이 사는 것 같아요.”

시집가서 미국으로 건너가 살기를 벌써 20년 넘은 저의 사촌 여동생이- 지난 주 작은 아버지의 소천으로 잠시 귀국하였는데 장례를 마친 작은 집 식구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일정 중에 저희 강원도 산골마을 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한 말입니다. ‘사람같이 사는 것’이라니... 분주히 화단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던 작은 집 식구들을 보내고 잠시 사람의 기식(氣息)을 잠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동생은 아마도 제가 한 적한 산골마을 속 아주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이기는 하지만 그렇듯 여러 가지 꽃들 속에서- 또 9평 텃밭 속에 고구마, 토마토, 상추를 심어 밭농사(!)도 지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유유자적한 느낌으로, 작게나마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인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교회가 마치 화원 같구나...”
“꽃이 몇 종류나 되요?”

작은 어머니와 동생들이 즐거운 얼굴로 연이어 물었는데- 저 역시 꽃이 몇 종류나 되는지는 잘 알 수 없군요. 아마... 줄기 꽃들과 나무 꽃들을 다 헤아리면 글쎄... 열심히 사다가 또는 얻어다가 심은 것들과 계절마다 자생하는 각종 야생화까지 다 합치면 대충 60~70여종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사람같이 사는...?’ 단순히 꽃을 가꾸며 산다고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겠고... 아마도 늦은 봄꽃들의 화려한 모습들이 온통 평안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그래서 ‘산골마을 작은 교회 앞마당의 꽃잔치’라는 명제가 떠오르면서 눈도 마음도 훈훈하여지고 미국이든 한국이든 마천루의 숲 속에서 찾을 수 없었던 자연의 힐링이 심신을 감싸 안은 것이겠지요.

휴- 하는 마음으로 과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조용한 중에 생각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는 ‘시달림’이 없어야겠지요. 날마다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각종 시달림 속에서는 기쁨도 즐거움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돈에 시달리고 사람에게 시달리면서 살아가는 모양과 모습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고 또 여전히 그러할진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진정한 평안은 관(棺) 뚜껑이 닫혔을 때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쯧-하는 마음이기는 하지만 일면 동의의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물음은 아주 오래 된 철학의 명제이지만, 그 정답을 찾아서 모든 시달림을 떨쳐 버리고 평안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지 않은 것이 분명 하다고 생각되면서- 과연 모든 시달림을 일거에 없애줄 부동의 정답의 등장까지는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세월의 흐름이 요구되어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어떤 ‘시달림’이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까? 많은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그리고 근 현대의 숱한 명사들이 이러한 시달림을 쫓아내고 내어 모든 방법으로 여러 가지 금과옥조의 격언들과 말씀들을 남기셨으므로 저와 같은 그저 그런 산골 촌부 된 범인(凡人)으로서는 그 화려한 상차림에 작은 이쑤시개 같은 것 한 개조차도 더 얹어 놓을 수는 없지만, 혹 누군가가 ‘잠깐 정신 나간 모습이 되어- 나에게 그것을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생각입니다.

“꽃을 키워보세요. 아침과 저녁에도 코를 가까이 하여 꽃향기를 맡으면서 지긋이 눈감아 보세요. ‘꽃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또 지친 심신이 위로를 받게도 될 것이며 또 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뭐... 아님 말구...” 허허, 책임 없는 말미를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여든을 넘겨 살아오시는 동안 많은 시달림을 헤쳐 오신 우리 작은 어머니... 그 세대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곧 우리 전 세대의 모두의 어머니들에게- 이렇게 향기롭게 만개한 아름다운 봄꽃들을 한 아름씩 선물하고 싶습니다..... 불가능하다면... 어쩌면 더욱 가치가 있을 마음의 꽃을 지금 진심으로 사랑으로 전달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의 꽃향기들이 서로서로에게 기쁨으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어머니가 타신 차안에 앵두나무 싹을 옮겨 심은 작은 화분 두 개를 넣어드렸습니다. 주름진 손으로 받으시면서 역시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짓는 우리 작은 어머니... 참 예쁘십니다.

“그저 햇볕 잘 드는 창 쪽에 놓고 가끔 물만 주시기만 하면 돼요. 생각보다는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조금 자라서 꽃을 피우면 벌 나비가 찾아오는 모양도 볼 수 있고... 더 크게 자라서 앵두가 열리면 오물-오물 입안에 달콤함과 퉤-퉤- 씨를 뱉어내는 재미도 괜찮아요. 늘 건강하세요...”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5-5-26
2015-05-26 13: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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