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가정위탁을 시작한 최봉주·송영자 부부.

최봉주(53)·송영자(53) 씨 부부가 일반가정위탁을 마음먹게 된 것은 놀랍게도 두 딸의 권유 때문이었다. 원주영강교회에서 부목사직을 맡고 있는 최 목사 부부 주변에는 가정이 해체되어 보호자를 잃은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교인이 있었다.

뜻밖에도 당시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던 최 목사의 두 딸이 그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도 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를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고, 고민 끝에 일반가정위탁을 결정했다.

10년 전 처음 만날 당시 A 군(13)은 생후 23개월이었다. A 군은 친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이 어렵게 돼 그룹홈에 잠시 머무르다 최 목사 부부를 만나게 됐다.처음에는 A 군도 가족들도 긴장된 시간을 보냈지만 금방 적응을 하고 한 가족이 되었다. 최 목사 부부는 A 군을 차별 없이 키웠고, 두 딸도 친동생으로 여기며 챙기고 예뻐하며 돌봐줬다. 덕분에 A 군은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났다.

A 군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족관계를 적어낼 일이 생겼고, A 군은 친구들과 달리 아빠와 성이 다른 점을 질문했다. 학교에서 출생에 관해 배우고 온 날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어떤 장난을 치며 놀았는지 묻기도 했다.

그렇게 A 군이 궁금증을 갖는 것을 언제까지 둘러댈 순 없었기에 최 목사 부부는 솔직하게 알려줘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A 군이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에 모든 것을 설명해줬고, 당시 A 군은 3일을 울었다.

송 씨는 "지금은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우리 가족에게 가장 힘든 고비였다"며 "아이가 3일을 울더니 고맙게도 그 후로는 이전과 똑같이 밝은 생활을 했고,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말했다.

그 후로 2년이 지나 A 군이 5학년이 되던 해에 A 군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수업시간에 다양한 가정의 형태에 대해 배우는데 번쩍 손을 들고는 "위탁 가정도 있어요, 제가 위탁 가정에서 자라고 있거든요"라고 자신 있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송 씨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는데 가슴이 철렁했다"며 "가장 먼저 그 얘길 하고나서 친구들이 질문을 해오지 않았는지,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물었는데 친구들은 평소와 똑같이 대해주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도 없다고 설명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날은 '낳은 정과 기른 정'에 대해 배워와 '기른 정'이 더 큰 것이라며 감사인사를 하기도 했고, 크리스마스에는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의 카드를 전하는 등 최 목사 가족을 감동시켰다.

지난해 A 군의 친부모가 강원도가정위탁센터로 만남을 의뢰했고, 최 목사 가족은 A 군을 설득해 만남을 가졌다. 10년 사이 훌쩍 자란 자식을 본 친부모, 그리고 친부모의 얼굴을 처음 본 A 군 모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극한의 어려움에 놓였던 A 군의 친부모는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 목사 부부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송 씨는 "아이의 부모가 능력을 갖추게 되면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온다"며 "모두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각오해야 하고 아이에게도 친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아이를 키워준 것 같지만 오히려 아이에게 감동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위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자녀가 어릴 때 함께 키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또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다"며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내서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반위탁 가정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일반위탁을 권유했다.

이어 "처음에는 아주 잘 키워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지만 자식을 키우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키우면 아이도 자신감 있게 자란다"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