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5세 자녀를 둔 A(36) 씨는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고 있는데, 최근 어린이집에 내는 원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A 씨는 "이달부터 29만원 씩 수업료를 더 내야 한다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정부에서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누리교육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책임 공방을 벌임에 따라 학부모들의 가계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교육부에 목적예비비 지원과 지방채 발행을 위한 '미편성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에 시달된 어린이집 누리교육과정 예산 규모는 약 706억원으로, 1차 본예산에 도교육청은 176억원을 집행해 급한 불을 껐다. 176억원은 3개월치 누리교육과정 예산으로, 4개월째로 접어들며 문제가 발생한 것. 이에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는 학부모들은 보육료 등을 추가로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은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다"면서 "예산만 부담하라는 것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유보통합이 추진되며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어린이집 관련 예산 부담이 넘어오면서도 법적·행정적 관리체계는 이관되지 않고 있다"며 "누리교육과정 예산을 교육부가 아닌 도교육청이 부담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은 지방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초중등교육을 위해서만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위해 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때문에 어린이집 누리교육과정은 국고로 지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도교육청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 유보통합(어린이집·유치원 통합) 추진을 위해서는 예산 이관 뿐 아니라 법적·행정적 이관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본예산으로 책정된 누리교육과정 3개월분에 해당하는 176억원은 공무원 인건비에서 지출한 것이어서 결국 어린이집 누리교육과정을 위해서는 706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교육부는 도교육청의 책임 회피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청이 일부 부담해온 예산을 이제와서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불합리하다"면서 "교부금이 줄어들어 교육청의 예산 책정에 부담이 되는 것은 인정하고, 이를 위해 지방채 등의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나뉜다"며
"유보통합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유치원 누리 예산은 편성하고, 어린이집은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또 "도교육청과 교육부의 예산 책임 회피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가계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교육부와 도교육청 책임 공방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일어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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