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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미소와 문화재단
2015년 03월 30일 (월) 권대영 원주예총 회장 wonjutoday@hanmail.net
   

영화 '파리는 안개에 젖어'에서의 한 장면이다.

어느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여주인공 페이 더나웨이는 어린 아들, 딸과 함께 강을 건너기 위해 선착장에 왔지만 이미 배가 끊긴 시간이어서 절박한 심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는데 이때 안개 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나룻배가 나타나고 늙은 뱃사공의 도움으로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무사히 강을 건넌 페이 더나웨이가 어떻게 사례를 하면 되겠느냐고 했을 때 그 뱃사공은 사람 좋은 미소로 "좋은 추억으로 간직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인생에 있어서 가끔씩 선의의 도움으로 난관을 극복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때 우리는 가슴이 따뜻해지고 세상은 살만 하다고 느끼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삶을 따뜻하게 해주는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인들은 예술이 치열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기능을 한다고 확신한다. 치열한 삶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고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예술인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증명해 왔다.

수십 년간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지역예술인들은 지역문예 진흥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계속해 왔고 이런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재단이 만들어졌기에 예술인들은 쌍수를 들고 문화재단 탄생을 환영했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재단이 설립 된지 3년이 지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화재단이 또 하나의 예술단체가 되어서 우월한 지위로 예술인들을 줄서게 하는 '옥상 옥'의 존재로 변질 될 수 있겠다는 기우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문화재단의 고유한 설립목적은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애쓰고 있는 예술인들을 지원하는데 있다. 점령군처럼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게 아니고 후방 보급부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위 '갑질' 논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원주문화재단의 갑질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당에 최근 원주시는 문화예술과 관련한 사무를 문화재단이 대행하게끔 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화예술 사무 중 일부를 문화재단에서 대행토록 함으로써 전문성 제고 및 문화예술 시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향과 시립합창단 그리고 영상미디어센터, 창작스튜디오, 시민복지센터, 건강문화센터 관리운영과 다이내믹 페스티벌 관련 사무와 심지어 치악예술관 관리운영을 대행하게 하므로 거대한 재단의 등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재단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니다. 재단의 원래 설립취지에 부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설치조례와 정관에도 나와 있듯이 설립목적은 '문화예술 진흥 시책 수립 지원과 문화예술활동 지원'이다. 그런데 이런 본연의 업무보다는 색이 다른 사업으로 재단이 비대해 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일을 하기 위해 신규인력을 6명이나 채용해 인건비가 연간 2억6천만원이나 더 소요된다는 것은 이 사업을 다시 제고해 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재단인 만큼 방만한 운영이나 행정 편의를 위해 세금을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국장급 대우를 하는 '예술감독' 직이 있다. 재단에 예술감독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재단은 직접사업을 하는 예술생산자가 아니라 지원자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재단에 예술감독은 필요치 않다.

재단은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가 되어서도 안되고 전문가 행세를 해서도 안된다. 대신 전문가를 지원하는 재단 본연의 역할인 파운데이션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때 우리지역에도 넉넉한 웃음을 웃어주는 예술인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원주문화재단이 바로 설 때 지역문예 부흥은 자연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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