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원주투데이포털 | 6.4지방선거 맛집캘린더
 
  최종편집 : 2015.6.1 월
   
> 뉴스 > 사회 > 종합
     
"몸은 아프겠지만 마음만은…"
호스피스 봉사자 이야기
2015년 03월 30일 (월)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
   
▲ 호스피스 봉사자들. 왼쪽부터 윤운자 씨, 고금수 씨, 이정숙 씨.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아무리 문전박대 해도 우리는 상처 받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길어야 일 년 남짓한 여명(餘命)을 이어가는 그들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대가도, 잘했다는 칭찬도 받지 못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픈 시간을 함께 감당하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을 만났다.

지난 26일 일산동 한 찻집에서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자원봉사센터 호스피스 봉사 팀장을 맡고 있는 3명의 봉사자를 만났다. 오랜 시간 이어온 봉사를 새삼스럽게 물어오는 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운 반응을 보이더니 차근차근 지난 기억을 꺼내 놨다.

윤운자(66) 씨는 올해로 19년째 호스피스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활동을 한 경험자다. 1997년 첫 교육을 받을 당시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문창모 박사를 보며 윤 씨 역시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윤 씨는 봉사를 시작하고 두 번째로 만났던 노인을 돌보면서 처음으로 힘든 고비를 넘겼다. 윤 씨는 "당시에 입안에 이물질을 빨아내는 석션을 도와줘야 했는데 할아버지 가래가 내 얼굴에 튀었다"라며 "처음 접하는 그 상황이 그때는 참 힘들었지만 티도 내지 못하고 집에 가서 이 봉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다시 환자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봉사를 이어갔고, 노인부터 젊은 청년, 어린아이까지 많은 환자들을 도왔다. 6살 된 아이는 부모가 없어 시설에 거주하던 아이었는데 윤 씨를 만나는 거의 모든 시간을 등에 업혀 있었다.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너무나 어린나이에 시한부를 선고받은 아이가 윤 씨를 기다리고 반기는 걸 보며 많은 눈물을 쏟았다.

당뇨합병증이 심해져 온 몸이 손댈 수 없을 정도로 피부까지 상해버린 환자는 윤 씨만 보면 떡이 먹고 싶다고 사정을 했다. 식단조절이 중요하지만 윤 씨는 환자가 너무나 간절하게 원해서 남들 몰래 떡을 사다줬더니 정말 맛있게 먹고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하던 게 생생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환자를 만나고, 또 떠나보내며 수 없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 씨는 "생명이 사람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며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자연스러워져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정숙(59) 씨는 지난 1991년 이웃에 살던 여자가 위암에 걸려 1년 좀 넘는 시간을 찾아가 돌보고, 장례까지 도왔다. 그것이 호스피스 봉사였다는 것은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알았다.

그때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고, 때론 밤낮없이 불려 나가는 이 씨의 헌신을 남편과 아이들이 인정해주고 도와줬다. 지난해 후두암을 앓았던 60세 남성 환자는 베트남에서 요리사로 일했었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처리가 잘못돼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하나뿐인 환자의 아들은 끝내 연락을 두절했고, 이 씨는 환자를 춘천에 있는 호스피스 전문 시설로 보내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했다.

이 씨는 "주민센터에서 본인이 직접 와야 한다고 원칙을 주장하는데 결국 주민센터 공무원을 붙잡고 사정을 하고 울었다"라며 "결국 주민센터 주차장에 환자를 싣고 온 엠뷸런스로 공무원을 데리고 나와 확인을 시키고서야 환자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환자분께서 혼자 떠나는 마음이 불안했는지 돈을 좀 달라고 하는 걸 거기 가면 돈도 필요 없고 더 편안히 계실 수 있다고 말하고는 돈을 안드렸다"며 "5일정도 지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때 돈을 안 드린 게 너무나 후회되고 잘못 한 것 같아 지금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환자는 병이 나으면 이 씨에게 맛있는 요리를 많이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5년동안 봉사한 고금수(62) 씨는 주로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의 손·발을 마사지 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봉사를 했다. 항상 반겨주고 기다려주고, 때론 식사도 미뤄놓고 마사지를 받겠다는 환자들을 보면서 오히려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보니 시한부나 다름없는 힘든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 씨는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또는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봉사가 힘들게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며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는 게 하나의 희망인 환자들을 떠올리면 발길이 닿고, 만나고 돌아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감수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고 병든 몰골을 남에게 보이기 싫은 환자들에게 문전박대 당하는 건 일상이다. 그래도 또 찾아가고, 또 다시 찾아가면 환자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받아준다.

몸과 마음을 다 쏟아야하는 힘든 봉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또 교육을 받고도 봉사를 이어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환자의 곁을지킨다.

봉사자들은 "환자의 가족들은 너무나 지치고 힘든 게 당연하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하다"며 "몸은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다지만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또 원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마음은 편안하게 치유하고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원주에도 환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전문 시설이 하루 빨리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자원봉사센터에는 25명의 호스피스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여생이 예상되는 환자들, 그리고 인공신장실에 장기 투석을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있다.
 

한미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원주투데이(http://news1042.ndsoft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기획특집: 시민의 발 시내버스, 인구
사건사고 브리핑
귀래 사랑의집 48년 악연 끊었다
4월 원주지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제16회 장미축제…축하공연·체험행사
행구동 아파트 거래현황…현대아파트 3
제11회 청소년축제 성황
원주천에서 수달 서식 목격
(주)인성메디칼 원주 이전 지역주민
원주문화재단,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대표이사 오원집  |  Tel : 033)744-7114 / Fax : 033)747-9914
발행인: 심형규  |  편집인: 오원집  |  등록년월일: 2012년 4월 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Copyright 2009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jtoday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