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1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무업무를 맡은 공무원으로서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수많은 해제 민원에 부딪히다 보니 틀에 박힌 법령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도 이제는 토지소유자를 납득시킬 만한 명분을 찾을 수 없는 입장에 있다.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장기미집행시설을 법령, 기술적, 환경적 문제로 시행 곤란한 우선해제시설과 2020년까지 실효되는 시설을 대상으로 원주시의 예산으로 시행이 가능한 단계별 집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재정적 집행가능시설 그리고 민간공원 추진 등 시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다른 법령에 의거 집행이 가능한 비재정적 집행가능시설로 구분하고 있다. 재정적 집행가능시설과 비재정적 집행가능시설에 포함되지 않으면 우선해제시설로 분류해 2016년부터 해제하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지 10년 이상 되어 현재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는 시설을 말하며 도시계획시설에 편입되는 토지는 해당 도시계획시설의 용도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소유자에 대한 사유재산침해 소지가 높지만 원주시의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집행 또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더 이상 예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로, 하천, 공원, 상하수도, 학교, 시장 등의 도시계획시설은 도시형성이나 시민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이며 입지나 규모에 따라 그 시설이 위치한 지역은 물론 도시전체의 기능과 발전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시설은 공공성이 강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설치를 민간의 자율에 맡길 수 없으며 이 때문에 미리 도시계획이라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계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원주시 도시계획시설은 약 3천300개소이며 이중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은 약 660개소이다. 장기미집행시설에 소요되는 추정사업비만 2조 이상이며 이는 단순 공시지가 및 공사비단가에 의한 추정치로 실제는 그 이상이 소요된다. 실효기일인 2020년 7월까지 예산 투입이 안된다는 전제하에 해제되는 도시계획시설은 자그마치 도로 400여개, 공원 33개, 녹지가 19개로 일시에 해제 시 도시계획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자명하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사인의 토지를 공익이란 명분으로 과도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행법령은 사적으로는 시민의 재산권 보호이나, 공적으로는 적정한 기반시설을 공급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비교형량이 쉽지만은 않지만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점에 대한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되었으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해제는 원주시 발전과 원주시민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행정주체 뿐만이 아닌 원주시민 전체의 문제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