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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TV와 다문화 친구들
2014년 12월 08일 (월) 이동규 원주청소년수련관 팀장 wonjutoday@hanmail.net
   

딱 봐도 뭐라고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2년여 정도 만난 그 친구에 대한 느낌을 적어본다면 어수룩하고, 꺼주하고, 칙칙하고, 시선을 잘 맞추려고도 하지 않고, 뭔 말을 해도 시원하게 대답하지도 않고, 가끔 마주치다보면 내게 웃어 보이지만 별로 정감이 안 가는 그저 그랬던, YMCA 원주고등학교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련관에 맨 첨에 봉사 오겠다고 했을 때에 본인들 스스로 이야기 못하고 선생님이 오셔서 날마다 봉사꺼리를 제공해 달라고 했습니다. 봉사라곤 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적당히 알아서 마당 쓸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타 또래 학생들보다 열심히 정직하게 한 것 외에는 뭐 맘에 드는 게 없었습니다. 사실 넓은 마당 일부분을 쓴다고 하면 뭐 티가 안 나기 마련이지요. 그래도 군소리 없이 묵묵히 봉사하기를 1년반 정도, 맘에는 안드는 아이들이었지만, 힘들어 보이고 지쳐 보일 때 쯤, 수련관에 인터넷 방송국이 생겼습니다.

시의원과 기관장을 모시고 개국식을 갖고, 알만한 학생들을 찾아 끼를 발산하게 하고,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등을 찾아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 안전관리, 진로에 관한 이야기로 방송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엄두도 안 나고 이런저런 핑계로 하기도 싫었고 시간은 그렇게 흘렀습니다.

방송 날짜를 늘려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있었지만, 절대 그 다문화 아이들한테 방송하라고 말할 줄은 몰랐습니다. 1년반이나 청소로 봉사를 하는 아이들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안했던터라, 먼저 말거는것도 힘들었지만, 용기 내 겨우 '방송 한번 해볼래?'했더니 바로 하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역시 뭐, 생각했던 것처럼 어수룩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려운 기회에 구한 장비를 놀릴 수 없어, 내 꼴에 잘난 것도 없으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좋겠다는 말만 해주며, 그냥 매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 온 조선족 아이는 말소리가 너무 크고, 베트남에서 온 아이는 너무 쥐 죽은 듯한 소리를 해 소리를 맞추기도 힘들었고, 요청한대로 따라오지도 않는 힘든 몇 주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웃는 횟수가 많아졌고, 목소리도 거의 똑같아지고, 나이가 많은 학생이 자연스레 진행을 맡아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친구는 부연설명을 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좌충우돌 한국정착기 이야기입니다. 한국과 중국과 베트남 교통문화에 관한이야기, 음식문화에 관한 이야기, 마침 기말고사 기간에는 중국이나 베트남에는 거의 문제가 서술형인데 여기는 왜 모두 다 선택형이냐고 그럼 아이들이 찍기나 하지 공부를 하겠냐고 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왜 시선을 맞추려 하지 않았는지 왜 말을 안하려고 했는지 이야기도 했네요. 외국에서 왔기 때문에 말투가 그런 것인데 한국 친구들이 그 말투를 따라하며 웃는답니다. 자신들은 애국가까지 부르면서 한국 국적 취득시험을 쳤는데, 한국 친구들의 그런 행동들이 상처가 되어 더 이상 한국말을 하고 싶지 않고 웃고 싶지도 않다고…. 한국에서 태어난 너희들 부럽다고….

나도 그 친구들을 봤을 때, 못사는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란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게 대했는데, 재미없게 웃어주고, 말 한마디도 시원하게 못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 방송 끝나고 바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반년여 동안 출연하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는 YMCA TV는 또 다른 청소년들과 모든 이들의 사랑방이자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고 봅니다.

지금은 그래도 조금 늘어 YMCA 다문화 방송 외에, 3~4개의 고정 코너가 있습니다. 그렇게 거창하게 개국식을 안해도 이렇게 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인터넷 방송국, 앞으로는 원주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지역 방송국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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