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지역 정비업계와 보험사 산하 손해사정업체로부터 받는 정비수가(시간당 정비 공임)가 도내 타 지자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정비 계약을 연장하지만,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정비수가 상승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주의 한 공업사 대표 A 씨는 강릉과 비교해 손해사정업체와 맺는 단가가 1천원 이상 적다고 밝혔다. 공업사는 대부분 손해사정업체와 정비계약을 맺는데, AOS(ARECCOM Online System) 상 A 씨의 공업사는 2만3천900원부터 2만4천500원으로 정비수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같은 규모의 강릉 공업사는 2만5천200원에서 2만5천500원으로 계약을 맺었다. A 씨는 "AOS 상의 정비수가가 공개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전수를 비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원주지역 대부분의 공업사가 우리와 비슷한 사정"이라고 말했다.

주당 40시간 근무하고 토요일 4시간씩 연장근무를 하는 기술자가 A 씨의 공업사에서 일하면 약 42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서 일하는 기술자의 임금 수준은 300만원 후반대로, 매출액과 임금 차액으로 공업사를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 국토해양부장관령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정비수가를 2만1천553원∼2만4천252원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이 정비수가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적용되는 상황이다.

A 씨는 "2010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계산하면 올해는 2만4천원대에서 2만7천원대의 정비요금이 산출된다"면서 "정비수가는 그대로인데 인건비, 세금, 물가는 계속 올라 폐업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를 통해 정비하면 자동차 회사 기준을 따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3만원 이상의 정비수가 기준을 내세운다. A 씨는 "자동차 회사 수준의 정비수가는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보험 손해사정업체가 물가상승률 정도의 정비수가를 맞춰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손해사정업체의 저가 계약은 보험사 우수협력 정비업체 선정 때문이다. 우수협력정비업체로 선정된 B 씨는 "손해사정업체와 정비계약뿐 아니라 우수협력정비업체 계약을 별도로 맺어야 한다"면서 "계약 내용 중에는 무료세차와 무료 견인, 부품 무상교환, 수리차량 무상탁송을 비롯해 공임 방식에 따라 일부 재료비의 할인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세차 시설이 없는 B 씨는 인근 세차장과 계약을 맺고 별도 지출로 세차 서비스를 한다. B 씨는 "손해사정업체들은 우수협력정비업체 인증이라는 무기로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고, 정비수가를 낮추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우수협력 정비업체 인증을 받으면 사고차량이 입고될 수 있다. 보험계약자가 교통사고 발생 시 콜센터 직원들은 보험사 우수협력정비업체를 추천한다. A 씨는 "대부분 운전자가 정비업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콜센터 직원들이 추천하는 정비업체에 맡기게 된다"며 "이때 손해사정업체가 만든 우수협력정비업체 등급에 따라 입고지원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는 손해사정업체의 무리한 서비스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며, 낮은 정비수가로 계약을 맺게 된다. A 씨는 "정비수가를 2만5천원대로 받는 강릉의 경우 우수협력정비업체 인증을 포기하고 손해사정업체와 싸우는 것"이라며 "원주는 그동안 손해사정업체에 굴복해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손해사정업체 관계자는 "자사 보험계약자의 서비스 확대와 인지도가 낮은 정비업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정비수가는 단번에 수천원을 올릴 수 없고, 기존 계약에서 차근차근 올린다"며 "당초 시설 투자나 직원 비용 등을 비교해 정비수가 계약을 맺으며, 지역 내 대형 정비업체보다 영세한 정비업체간 형평을 맞추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우수협력 정비업체 선정도 보험가입자의 서비스 제고와 정비업체에서 행해지는 부당 수리에 대한 감시, 정비업체 간 서비스 경쟁으로 각 업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A 씨는 "현 보험 구조상 이 관례가 깨지긴 어렵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 콜센터 직원의 우수협력 정비업체에 대한 안내를 무조건 신뢰하기 보다 차주가 믿을만한 정비업체를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