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업면 흥대마을 농촌주택 사이에 지붕이 낮고 십자가가 자그마하게 달려있는 새동네 교회가 있다. 담장도 없고 주차장도 2면 밖에 없어 지붕위에 달려있는 십자가를 올려다 봐야만 교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교회에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시무 하고 있는 이예원(59세) 목사, 목사님 보다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어느 날 보면 빈집을 뚝딱뚝딱 수리를 하는 목수도 되고 어떤 날엔 흰 페인트로 범벅이 된 페인트공으로도 변신한다. 농촌 빈집을 얻어 교우가 이사 올 수 있도록 수리를 하는 중이란다.

이렇게 이 목사의 도움으로 귀촌한 교우가 11가구나 된다. 이들 덕분에 흥대 마을에선 젊은 부부(30세 중반)들이 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어린이들의 재잘거림도 들을 수 있다. 교회 안은 어떨까 하고 보니 으리으리한 강대상도 없고 신도들이 편히 앉아서 예배를 볼 수 있는 의자도 없이 가정집 큰 거실 같은 공간에 각종 악기만 놓여 있다.

평일에는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한다. 알고 보니 취학 전 공동육아 9명, 초등학교 과정 8명을 대상으로 영어를 전공한 이 목사와 음악을 전공한 사모가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부족한 부분은 젊은 엄마들이 전공을 살려서 내 아이처럼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도 4명이 있다.

농촌의 작은 교회가 유아원부터 고등학교 교육까지 책임지도를 하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피아노, 플루트, 사물놀이 등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를 줄 알아 밤톨이 사물놀이단과 밤톨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지역축제와 노인정에 공연 봉사도 하고 있다. 유아반 어린이들이 영어로 노래도 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영어편지도 쓴다.

여름방학 때는 격년제로 학생 10여명을 데리고 영국으로 3주씩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영국에서도 교환학생이 새동네 교회를 방문해 우리 문화체험과 원주시내 중학교를 대상으로 영어캠프도 실시한다.

공동화 현상과 고령화로 빈집은 늘어나고 젊은이와 어린이 모습을 볼 수 없는 농촌에 이 목사의 사랑과 봉사가 활력소가 돼 마을을 젊게 만들었고 육아 공동 교육이 가능한 색깔 있는 마을로 바꾸어 놓았다. 요즘은 흥대마을로 이사 오려는 사람은 많은데 집이 없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다. 30여 가구에서 나오는 젊은 신도들이 서로 만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생기 있는 웃음소리가 차고 넘친다. 교우를 반기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예원 목사의 얼굴에 포근한 미소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