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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취재: 양극화문제와 일자리 창출방안
⑤ 양극화, 지역사회 스스로 해결한다…영국 로컬리티
2014년 10월 13일 (월)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우리사회 양극화 문제는 고도성장의 이면에 늘 존재해왔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이로인한 사회갈등 정도도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 기업, 시민사회 모두 이를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우리 사회 양극화 수준을 알아보고 국내와 독일, 영국 등 양극화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사례를 찾아 그 해법을 취재해 봤다.

글 싣는 차례
1. 사회적경제, 양극화 대안으로 부상
2.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해피브릿지 협동조합
3. 한겨레두레협동조합, 국민TV의 시장개혁
4. 축산업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독일 슈베비슈 할 협동조합
5. 양극화, 지역사회 스스로 해결한다 - 영국 로컬리티

   
▲ 로컬리티는 지역 사회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다. 영국 헤이스팅스 부두. 재건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영국 남부의 헤이스팅스는 영국역사의 중요한 유적지이자 관광산업으로 유명한 작은 도시이다. 노르만왕조의 시초인 윌리엄 1세가 헤이스팅스에서 새 영국을 천명하고 100여년간 통치해 영국 국민들은 이곳을 오늘날 영국의 시발점이 된 곳이라고 여긴다.

특히 헤이스팅스 부두는 고즈넉한 해안 풍경과 잘 가꿔진 영국식 정원이 어우러져 한편의 동화마을을 연상시키게 하는데 이는 1900년대부터 다수의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요인이 됐다.

관광지이자 휴가지로 명성이 높았던 헤이스팅스가 1970년대부터는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곳이 개인소유지였다가 관리부재로 수십 년간 방치됐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감소하고 지역경기는 쇠퇴했다. 사람도 없고 상권도 죽으니 더 이상 유명관광지가 아닌 낙후의 상징이 돼 버린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여름휴양지로 이름이 높았었는데 범죄와 빈민이 모이는 슬럼 지역으로 바뀐 것이다.

위기의식을 가장 먼저 느낀 건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지역 안팎에서 헤이스팅스 부두를 재건하는 운동을 벌였고 기금마련도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이 50만파운드. 인구 8만의 작은 도시에서 주민이 약 8억4천만원의 자금을 모았고 복권기금이 184여억원을 지원해 현재는 재건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년 후면 옛 헤이스팅스 부두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문가들은 첫 해 관광객이 32만에서 35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을 한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관광지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감을 감추지 않는다.

헤이스팅스 부두 재건운동이 성공하기까지는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 기구)단체 로컬리티(Locality)의 힘이 컸다. 로컬리티의 커뮤니티 오거나이저(Community Organizer)가 헤이스팅스 지역주민들을 일일이 만나며 지역 현안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을 물어보고 해결 방안들을 수집했다.

주민들은 헤이스팅스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고 시정부에 사유지 매입을 요구했다. 그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아 재건운동을 벌이는 초기 활동부터 시작해 사유지 매입과정에서의 법정 다툼까지 로컬리티가 주민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것이다.

로컬리티는 지역사회 정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합하는 단체이다. DTA(Development Trust Association, 마을만들기전국연합회)와 Bassac(British Association of Settlements and Social Action Centres, 영국 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기관)이 합치면서 2011년 4월 로컬리티(Locality)가 탄생했다.

2013년말 기준 472개의 회원단체가 있으며 자산가치가 6억4천500만파운드(한화 약 1조800억원)를 넘는다. 참여 인원도 많다. 로컬리티와 회원단체 소속 직원은 1만여명 이상이고 자원봉사자 수만 해도 2만2천500여명이 넘는다. 지역 노숙자나, 15세 이하 어린이들, 노인들, 지역 내 경제적 빈민층 등 매주 38만2천여명의 영국 사람들이 로컬리티의 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다.

전 DTA 대표인 스티브 와일러(Steve Wyler)는 "지속가능한 지역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공동체가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이어야 한다"며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파트너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주도의 복지 행정이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 한다고 판단하면서 로컬리티와 같은 NPO가 새로운 지역혁신 주체가 되었다. 즉 지자체나 공공기관 주도의 지역혁신이 아닌 주민들 스스로가 변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로컬리티 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로컬리티의 4가지 사업방식(agenda)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다양하고 포괄적인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 영국정부도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해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로컬리티의 지역커뮤니티 담당자 크리스탈 씨는 "헤이스팅스 부두의 재건운동에 지역 주민 스스로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 계기는 정부가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복지정책의 실효성이 만족과 불만족의 임계점에 다다르자 영국은 2011년에 지역주권법(Localism Act)을 통과시켰다.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해 주민 스스로 지역발전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의 권리와 권한을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지역주권법은 크게 4가지 권리를 지역주민에게 부여한다. Community Right to Challenge, Community Right to Bid, Community Right to Build, Neighbourhood Planning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 수상과 수 만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시골의 한 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 수순을 밟고 있고 정부가 이를 민간사업자에게 팔아 정부재산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영국 시민들이 지역사회(Community)의 상징이 돼버린 학교를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Community Right to Challenge)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주민들은 학교역할을 다한 건물을 지역사회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소로 활용하도록 정부에 건의(Community Right to Build)할 수 있는데 이 때 영국정부는 주민들의 뜻을 반영해 일정기간동안 정책집행을 미루게 된다. 보건소를 지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주민들은 이 재원을 정부가 시행중인 마을가꾸기 사업에 참여(Community Right to Bid)해 충당할 수 있다.

Neighbourhood Planning은 지역사회가 공공의 사업계획을 세울 때 Community Right to Challenge의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파악하는 개념으로 공터나 마을 안길 등을 지역사회 주민자치 사업아이템으로 제안해서 사업계획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로컬리티의 사업운영 방식도 이 지역주권법에서 기초하고 있다. 지역주민 스스로 그들의 공동사안을 해결하고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로컬리티의 철학이고 4가지 권리에 기초해 각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탈 씨는 "예전에는 중앙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지방정부에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지금은 그것을 완화해서 자율적인 권한을 주었다"며 "지역주권법의 기본목적은 최대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공무원!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아무리 제도적 인프라가 확충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없다면 정부자원의 낭비로 귀결될 것이다. 헤이스팅스 재건운동의 사례처럼 지역사회에 숙원사항이 있더라도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로컬리티 커뮤니티 오거나이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는 주민들이 내놓는 여러 아이디어를 수집해 그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웃들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지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직접 묻고 청취하면서 정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자신들과 이웃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처음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들이 개개인을 방문할 때 주민들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단 식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삶의 질보다는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어떤 상점에서 생필품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에 더 귀가 솔깃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로컬리티가 오랫동안 노숙자 생활을 하던 한 시민과 직장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 두 사람을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로 훈련시키고 일을 맡긴 적이 있다. 그들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필요를 체크했다.

경제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자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생필품 대량공동구매 방식을 제안하고 주민들은 이를 실행했다. 물건을 공동 구매해 주민들에게 가가호호 나눠줄 때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들은 다시 지역사회 여론을 듣고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취합해 나간다.

일을 하면서 노숙자는 집을 구하게 됐고 실직 상태에 있던 청년들은 로컬리티의 직원이 됐다. 주민들은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동참하고 있다. 민간단체 소속이지만 사실상 공무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전문가로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높이 사고 있다. 커뮤니티 오거나이저가 되려면 4년의 훈련을 거쳐야 하는데 첫 해는 전액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둘째 해부터는 정부와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소속기관이 훈련비를 반반씩 부담한다.

로컬리티는 고용 비용을 포함한 사업비용을 자체 재원마련 프로그램인 '캐쉬카우(Cash Cow)'를 통해서 충당하는데 주로 정부사업에 공모해 자금을 마련하거나 로컬리티 자산을 임대해 수익을 얻는 경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크리스탈 씨는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한다하면 정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자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로컬리티가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동력도 이 자생력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 지역 노숙자들을 전문 셰프로 훈련시키는 런던의 브리게이드 레스토랑

취약계층, 제2의 기회 제공
노숙인·출소자 전문 일자리 마련…영국 브리게이드

노숙자와 출소자로 구성된 키친. 변두리의 삼류식당 이야기가 아니다. 런던 중심가의 고급 레스토랑의 실제 이야기이다. 런던의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요리훈련을 시켜 그들에게 새 삶을 주고 있다. 브리게이드 설립자는 사이먼 보일(Simon Boyle)이다.

그는 2004년 필리핀 쓰나미로 고통받는 필리핀 국민들을 보고 본국인 영국에 돌아가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짐하게 돼 비욘드 푸드 파운데이션(Beyond Food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는 비욘드 푸드 파운데이션을 통해 브리게이드의 재정지원과 노숙자나 범죄자처럼 취약계층에게 레스토랑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좋은 음식으로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풍요롭게 만든다'라는 그의 비전은 브리게이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비욘드 푸드 파운데이션 직원들은 런던 내 노숙자나 출소자들을 직접 만나며 그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제안한다. 보통 120~140명 정도의 노숙인을 만나는데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

브리게이드에서 6개월가량 견습생 훈련과정을 거치고 다른 외식업체에서 또 반 년간 훈련을 한다. 기본적인 부엌일부터 시작해 요리 등을 가르치면서 이들에게 전인적인 접근 방식으로 사회성을 훈련시킨다. 노숙이나 출소 경력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반사회적 성향 등을 일을 통해 치유하며 건강한 시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1년에 두 차례씩 8명의 견습생들을 데리고 훈련을 시키는데 정부와 비욘드 푸드 파운데이션을 포함한 8개의 정부 및 민간단체가 레스토랑 지원을 한다. 견습생들은 주거와 훈련복, 교통비 등을 지원받고 훈련과 노동의 댓가로 월급도 받는다.

6개월 훈련과정은 매우 힘들지만 3년동안 60명의 사람들이 고급레스토랑의 쉐프가 되거나 다른 주방에서 일하는 등 새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브리게이드에서 훈련하면서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많고 다시 견습생으로 일하며 사회적응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비욘드 푸드 파운데이션 젠 세이무어 지원매니저는 "16세에서 60세까지 노숙자 경험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시작해 50%가량 견습생으로 길러내고 있다"며 "오랫동안 거리에서 노숙인으로 지낸 분들의 경우 2년에서 4년 정도 훈련과정을 거쳐 사회에 정착한다"고 말했다.

손님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단순히 브리게이드 음식이 좋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찾는 이가 있는가 하면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도 있다.

홀 매니저인 스테파노 씨는 "브리게이드 총수익 중 일부분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절반가량은 레스토랑에 도움을 준 기관단체를 지원하는데 쓰이고 있다"며 "이곳에서 직원 모두가 새 삶을 찾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손님들도 만족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리게이드는 원래 소방서가 있던 자리에 레스토랑을 지은 것이다. 1861년 런던 툴리에서 발생한 대화재를 추모하며 건립한 소방서는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소방서가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듯, 브리게이드 역시 같은 비즈니스 철학과 사회적 책임의식 속에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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