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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냉소주의 현실 대안이다
2014년 09월 29일 (월) 신병식 상지영서대 행정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
   
 

오늘날 사람들의 지배적 태도 가운데 하나로 '페터 슬로터다익(Peter Sloterdijk)'은 '냉소주의'를 제시한다.

마음 속에 진정으로 지녀야 할 가치나 믿음과 같은 그런 건 더 이상 없다는 태도를 가리킨다. 모든 가치나 이념에 대한 환멸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 냉소주의에 적대성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단식하는 세월호 유족의 진정성에 코웃음 치며 냉소하는 걸 넘어서서, 그들 앞에서 초코바나 치맥 파티를 여는가 하면,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는 극단적 적대성을 드러내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원주투데이>가 '사회적 양극화와 일자리 창출방안'이라는 기획특집을 내걸고 사회적 경제를 양극화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사회 갈등이나 빈곤 탈출률 수치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냉소적 적대성의 뿌리에는 이런 우리 사회의 현실, 즉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자신의 모든 불행이 사회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과 무능 때문으로 미뤄지는 신 자유주의 시대 현실이 있다. 이때 상대방은 나의 경쟁 상대일 뿐 협력과 상생의 대상이 아니다.

냉소주의가 지배적 태도가 된 데에는 사회주의 해체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이 사라졌다는 점이 중요한 몫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얘기되는 소위 '생활 보수'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생활 보수란 그것이 옳다고 생각되어도 자신의 생활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 그 어떤 변화도 거부하고자 하는 성향을 말한다.

냉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믿지 않지만,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적 거리를 갖고자 한다. 그러나 슬라보예 지젝은 이 냉소주의가 현실 생활의 실천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와 그 생활양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는 의식적 비판보다는 무의식적 수용에 냉소주의의 진실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시 말해 냉소주의자의 진실은 '생활 보수'라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정치 위기 현상, 정당이 사회를 대표하지 못하는 대표의 위기와 그에 따른 시민 참여의 위기 현상이 냉소주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준만 교수와 진중권 교수의 논쟁을 예로 들어보자.

"옳은 얘기보다 그걸 싸가지 있게 말하는 법이 더 중요할 때도 많다"는 강준만의 '진보 싸가지론'에 대해, "싸가지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싸가지가 있어도 그 좋은 싸가지로 대중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진중권의 '진보 무능론'이 대립되고 있다. 지금까지 얘기의 맥락에서 보자면 후자, 즉 진보무능론 내지 정당무능론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정치 위기와 정당 위기의 뿌리에도 역시 생활 문제, 경제적 불평등 내지 불공정, 사회 양극화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전직 노동부장관조차 미국 정부의 모든 영역과 수준에서 대기업의 식민적 영향력이 작용하여 최소한의 공적 이익조차 대변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언론을 장악하여 대중을 호도하고 정치 불신으로 이끄는가 하면, 그 대기업들이 양대 정당들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시장의 경쟁 원리, 성장 논리와 쌍생아를 이루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 문제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적대적 냉소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고통의 원인을, 그 원인 제공자인 대기업 등 경제적 강자가 아니라 자신과 동일한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전가한다는 데에 있다. 민생문제를 해결하자는 명분 아래 마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한국 경제와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전형적 사례다. 트라우마처럼 억압된 진실이 다른 모습으로 전치되고 왜곡되어 사회적 증상의 형태로 되돌아 온 결과이다.

이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생활 보수'에 대응되는 '생활 진보'라는 입장의 대두이다. 아파트 난방비 문제를 파헤쳐 생활 속의 '작지만 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배우 김부선 씨의 노력이 생활 진보의 한 사례로 제시되기도 한다.

생활 진보의 가장 중요한 예는 앞서 언급한 사회적 경제라 할 수 있다. 이윤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하는 자본주의적 기업경영에 대한 대안으로서, 고용과 소비자의 이득을 최고의 가치로 제시하며 협력과 상생으로 이끄는 사회적 경제야말로 우리 사회를 분열로 몰아가는 적대적 냉소주의와 정치 내지 정당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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