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를 통해 사람 냄새를 맡고 정을 느끼고 있다. 대중문화예술은 내 삶에서 뗄 수 없는 삶, 분신, 영혼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이희백(59) 원주시지부장. 치악산에 묶여 원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는 이 회장이 원주에 발붙이고 산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경주 출신인 이 회장은 어릴 적 사업에 뛰어들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1989년 원주에 발을 붙였다. 당시 원주는 군사도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고,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이 회장은 "처음 원주에 자리잡았을 때는 대중문화예술은커녕 가요제 같은 것은 구경도 못했다"며 "군인들 군화소리만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유흥업을 시작한 이 회장은 원주에 대중문화예술을 전파하기 위해 치악산의 이름을 딴 치악가요제를 시작했다. 1991년 우여곡절 끝에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춘천지부 원주분소 사무실을 지부로 승격시키고, 지부장을 맡게 됐다.

지부 부활과 대중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이듬해 제1회 치악가요제를 준비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금이 없어 사재를 털어야 했다. 그는 "당시 가요제 대상 수상자에게 상품으로 경차를 제공했고, 피아노 등 고가의 상품은 직접 마련했으며, 초대가수도 초청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돈이 들어 격년제로 추진하려 했지만 자칫 행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 199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치악가요제를 열고 있다.

치악가요제 외에도 3년간 소년소녀가장돕기 연예인축구대회를 추진했고, 환경미화원 돕기 위문공연을 준비해 운영했다.

또 원주시민의 날에 진행되는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도 첫회부터 5년간 맡아서 운영했다. 이밖에도 20년 넘게 교도소 위문공연을 진행하고, 시민의 날 읍면동 대항 노래자랑도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공연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청소년 가요, 락, 댄스 페스티벌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중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다보면 원주시에서 지원되는 예산이 부족해 사재를 털어야 할 때가 많다"면서 "치악가요제의 경우 16회까지는 원주예총 지원금과 사비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페스티벌을 중단한다면 연예계 진출을 꿈꾸며 매일 피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노력과 무대를 뺏는 것"이라며 "예산이 부족해도 청소년 페스티벌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향도 아닌, 연고도 전혀 없는 원주에서 대중문화 확산에 많은 노력과 재력을 쏟아붓는 바람에 가족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대중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예산이 부족하면 가끔 자식들에게 손 벌릴 때도 있는데 수 차례 그러다 보니 자식들의 원망도 많다"면서 "치악가요제를 통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내가 원주의 연예계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부했다.

한편 제22회 치악가요제는 내달 17일 오후7시 따뚜공연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