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섭의 관심은 지금 여기의 '한국적 모더니티의 소비양상'에 있다. 모더니티관련 지식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발생되고 수입되며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핀다.

그 방향은 대체로 두 갈래인데, 하나는 서구적 의미에서의 모더니티가 어떻게 수입되고 개념화되어 우리 삶속으로 들어오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길이고, 또 하나는 서구적 모더니티의 해악-단절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측면에 대한 대안으로서 우리고전과 동양고전의 의미를 밝히는 길이다.

고명섭이 첫 번째의 길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의 모더니티가 식민지적 상황에서 서구-일본의 제국주의를 이식해온 것이라는 상황에 대한 문제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두 번째의 길을 보여주는 것은, 전통과 동양정신으로 서구적 근대를 초극하자는, 그러니까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공허한 열풍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로 보여진다. 다만, 그가 겨누고 있는 지점이 근대의 해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그것을 뛰어넘는 대안에 대한 욕망이라는 점에서, 간혹 대안에 대한 조급증을 쉽게 드러내곤 한다.

가령 글의 전반적인 맥락을 소홀히 하면서 몇몇 개념상의 오류를 길게 물고 늘어지거나(<어느 문단권력자의 초상>에 관한 서평의 글), 근대 뛰어넘기의 대안으로서 김용옥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의 자세를 보이거나 하는 것은, 근대초극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신중하지 못한 측면으로 읽히곤 한다.

그의 글은 기자출신 작가의 글답게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지식의 발견>은, 근대와 탈근대에 관한 현재의 담론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욕심을 내자면, 철학이나 사상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이 생략되거나, 간과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지식의 발견>은 어디까지나, 90년대 후반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근대/탈근대 담론>코드에 기대, 독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대중적 지식 소비제'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좀 더 간명하게 말하자면, 대학생 리포트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아쉽지만,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리라. 그만큼 크게 욕심내지 않고, 독자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수준과 문체수준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간명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내공의 축적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고명섭에게서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기자출신다운 간명한 문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