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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용서'로부터 시작된다
2014년 08월 18일 (월) 이상훈 무위당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몇 년 전 뉴질랜드에서는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살인자를 용서한 일이 있었다. 살인범은 알코올 중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이날도 싸움을 벌이다 상대방을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것이었다.

살인범은 5년 형을 받았는데 재판정에서 죽은 이의 부인은 살인범에게 '모든 일을 용서한다'고 하면서 '왜 인생을 그런 식으로 허비하느냐'며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용서한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자신의 17살 된 아들을 살해한 같은 또래의 살인범을 용서한 이란의 어머니에 대한 기사가 났었다. 올가미를 목에 건 채 교수형을 집행하려는 찰나, 피해자의 어머니가 일어나 군중에게 '자신이 겪은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느냐'고 말한 뒤 남편과 같이 교수대에 올라가 용서의 의미로 살인범의 빰을 때리고는 올가미를 직접 벗겨 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의 한 순회법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2년 전에 통학버스에서 아버지의 총을 몰래 들고 와 자랑하다가 오발사고로 자신의 딸을 죽게 한 살인범을 안아준 어머니가 있었다.

재판정에 출석한 피해자의 어머니는 딸의 친구이기도 한 살인범에게 가만히 다가가 두 팔로 안아주었고 살인범은 울먹이며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이 용서로 인해 살해범은 감옥행 대신 청년캠프를 다니며 1년 동안 총기의 위험성에 대해 강연하는 판결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어머니가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 어머니는 "딸도 그렇게 하기를 바랐을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는 다른 아이들을 도움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는 딸의 친구였습니다. 그를 처벌한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세대가 바뀌거나 좀 더 급진적으로 혁명을 통해 세상에 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세대가 교체된다고, 혁명으로 반대편을 숙청한다고 그 사회가 바뀌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30~40년 주기로 사회가 수없이 달라졌을 것이다.

위 어머니의 행동에서 보여지듯 세상은 그렇게 누구를 벌주고 없애고 사라지게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가 진정 뉘우치고 반성케 함으로 바뀌는 것 같다. 그것은 많은 고통을 따르게 한다. 피해 당사자인 그 어머니가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가슴 아프지만 교수형에 처할 위기의 살인범을 안아준 어머니의 마음이나, 자기 딸을 죽게 한 총기살인범을 용서함으로 그 살인범이 잘못을 뉘우치고 총기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을 하게 된 것은, 모든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한 사람을 변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변화를 이룬 것이 아닐까?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작품에서 '혁명은 보듬는 것'이라는 작품이 있다. 외국인들이 무위당기념관을 방문하면 꼭 설명하는 작품인데 대다수 외국인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보통 세상의 변화를 이루는 걸 혁명이라고 표현한다. 꼭 혁명을 통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우리가 아는 혁명은 바로 숙청, 피의 보복 등의 이미지와 바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같은 희생이나 척결은 언제 배웠는지 모르지만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진짜 변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단순히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대하고 용서한다면 변화가 시작될 것 같다.

약간 그 의미는 다르지만, 이번에 화해와 용서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교황께서 우리나라에 오셨다. 그는 힘들고 가난한 이들의 편에서 싸웠던 예수님의 삶을 말한다. 모두 기뻐할 일이다.

그는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다. 지금의 가난을 '자본주의의 살인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잘 살려고 만든 자본주의가 거꾸로 자본주의의 가치인 '이익'에만 빠져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교황께서 보인 화해와 용서의 행보가, 우리사회에 이미 암세포 같이 퍼진 이기주의와 비리, 몰염치의 마음으로 스며들여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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