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편의를 위해 저상버스가 운영 중이지만 승차 거부, 고장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 16일 오후1시58분 행구동 행구3교 인근 교차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길을 건너던 허모(80) 씨가 레미콘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 씨는 레미콘 트럭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피할 순 없었다. 이처럼 노인과 장애인들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전동휠체어는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인명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적인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아 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보행자 사고로 인정되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동휠체어는 스틱으로 전·후진과 방향 전환이 가능해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만 보행자의 두 배 이상인 최고 8~9km의 속도를 내기 때문에 작은 장애물에도 전복의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장애인의 이동권은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지자체의 장애인이동권 보장의무와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이 구체적인 의무로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일 강원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강장연)는 시청 브리핑실에서 '원주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강장연은 원주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를 위한 요구안을 통해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도입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를 전면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강장연의 이 같은 기자회견은 매년 지속돼 왔다.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무응답으로 대처하고 있다.

▲ 강원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8일 원주시청에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조례 전면 개정 시급한 상황

원주시 조례는 원주시 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고, 위탁운영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2일 국회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됐고, 2013년 정부는 2016년까지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 100% 도입계획 발표와 국고 보조를 약속했다.

강원도는 2015년까지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인 11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개정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서는 도지사가 시군 이동지원센터를 통합해 운영하거나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이동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이 시·군 단위에만 규정이 있고 도단위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근거가 없었던 문제점을 개선해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에 대한 근거 및 예산 지원 근거를 명시한 것이다.

김용섭 상임대표는 "원주시가 이동지원센터의 민간위탁을 명시한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것은 강원도가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해도 시·군 이동지원센터를 통합해 운영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이동지원센터가 장애인의 이동지원을 위한 기구가 아닌 사업권을 둘러싼 다툼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적정 수준 이용 요금과 24시간 운행 절실

원주시 조례는 특별교통수단 요금을 택시요금의 3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버스요금의 2배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 경상남도와 경기도 등 타 지역과 비교해 볼 때 비싸다.

특별교통수단 요금관련 규정 사례로 경상남도 거창군, 김해시, 마산시, 밀양시, 사천시, 양신시 등에서는 '버스의 2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고 경기도 동두천시, 안산시, 오산시 등에서는 '대중교통의 2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강장연은 택시요금의 1/3은 목적을 상실한 비싼 요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다른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특별교통수단은 대중교통에 준하는 요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윤태 집행위원장은 "특별교통수단은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지 않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수단으로 버스요금에 준해서 요금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준수 과연?

강원도는 2015년까지 특별교통수단의 법정대수 도입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서도 장애인 1-2급 200명당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정하고 있다.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법정 도입 대수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원주 조례에 대해 강장연은 2015년까지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21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기준 원주시 장애인 콜택시는 7대에 불과하다.

원주시는 지난 2009년 도내 최초로 장애인 콜택시 2대를 운행하기 시작해 2011년 1대, 2012년 2대, 현재 10대를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2015년까지 법정대수를 확보한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원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와 사회복지시설 간담회에서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을 위해 도입한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가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바 있다.
　
저상버스 운행환경 개선돼야

장애인콜택시와 더불어 저상버스에 대한 보급도 절실하다. 지난 2012년 기준 원주시에서 운행중인 시내버스는 150대로 이중 48대가 저상버스이다. 제2차 5개년 계획(2012년~2016)에 포함된 저상버스의 연차별 보급계획은 전국 시내버스대수 3만2천552대를 기준으로 올해 1천847대가 도입되어야 한다.

지역여건을 고려해 목표치를 차등화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율 목표치는 재정여건, 교통약자 수 도입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 55%, 6대광역시 및 경기도 40%, 8개도 지역 30%로 설정하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이 수에 비례하지 않더라도 현재 원주시에서 운행되는 저상버스의 운행 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강장연 관계자는 "원주시 저상버스의 다수가 안전판 이상, 고장 등을 이유로 승차를 거부하는 등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도의 턱과 저상버스의 인도 접근등의 환경은 열악한 수준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