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이웃이 되는 것이지 돈벌이가 아니다"며 "가난은 구성원들 간의 결속을 낳는다"고 말하는 박은자(46) 씨. 일산동에서 햇살누리요셉의집 그룹홈을 꾸려가는 박 씨를 만났다.

삭발 후 머리를 기르는 중이라는 박 씨는 대화를 즐기고, 상대의 감정에 필사적으로 공감하려는 둥글둥글한 느낌의 사람이다. 자신의 이야기나 그룹홈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여린 사람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박 씨를 '투쟁하는 사회복지사'나 '투사'로 기억하고 있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농부의 딸로 자란 박 씨는 세상의 모든 감정을 느껴보겠다는 인생목표를 세우고 무작정 상경했다. 여러 일을 전전하는 동안 사람들의 이중행태에 염증을 느껴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능력을 인정받고 사회복지사 양성과정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았다. 양성과정에서 공부를 하던 어느 날 박 씨는 동료 직원으로부터 급여명세서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급여명세서에는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근로자가 부담한 것으로 나와 있었으나 박 씨는 사무실에서 실수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박 씨는 시설에서 위험인물로 낙인이 찍혔고, 권고사직을 종용받았다. 그러나 순순히 자리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부당해고라고 항변하자 조직에서는 박 씨가 보호해온 중복장애인 그룹을 해산시키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짐을 싸야 했다.

그 후 몇 군데 사회복지시설을 거쳐 2001년 상애원에서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박 씨는 "사회복지사들이 기계부품처럼 일을 하는 것 같아 대화의 장을 원한다"며 노사협의회를 통해 복지 서비스 개선을 요구했다.

그 후 박 씨는 이력서에 일부 근무지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고, 이 때부터 노조를 결성하고 5년간 투쟁을 벌였다. 박 씨는 "5년 중 1년은 맨바닥에서 지낸 것 같다"며 "비조합원들로부터 소수 조합원들이 물리적, 심적으로 고통받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상애원 투쟁을 마치게 된 것은 성공회 나눔의집에 몸담게 된 후였다. 투쟁을 이어가려 했지만, 햇살공부방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투쟁을 병행하긴 어려웠던 것.

박 씨는 피눈물을 삼키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 앞에 섰다. 햇살공부방은 햇살지역아동센터가 됐지만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은 자랐고, 새로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나타났다.

아동기가 지나 청소년기에 들어선 아이들까지 담당하기엔 햇살지역아동센터의 부담이 큰 데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도 많았다. 박 씨는 "일반 시설에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려 원주에서 처음으로 그룹홈을 만들었다"면서 "함께하는 아이들을 가슴으로 낳은 엄마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가끔 그룹홈을 운영하고자 문의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룹홈 시설장은 자신의 인생 한 뭉텅이를 떼다가 그룹홈에 주는 것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먹은 음식이 5년후 나의 몸에 나타난다는 말이 있듯 지금의 평안과 안식은 그동안의 치열한 고뇌와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