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한 가마솥에서 달큰하면서 짭조름한 양념을 머금은 족발이 맛있게 익어간다. 기름기가 쪽 빠져서 담백한 살코기가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고 쫀득한 껍질은 씹으면 씹을수록 풍미가 번진다.

우산동 한라비발디 1·2차 아파트 사이 사거리에서 30대 젊은 부부 김남항(35)·정수진(32) 씨가 운영하는 '김씨족발'은 단골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 건설회사에 근무하면서도 남다른 요리 실력이 아까워 오랜 기간 요식업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던 김 대표가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뤄보고 싶다는 각오를 가지고 작년 초 원주에 족발집을 열게 됐다. 부부의 열정이 담긴 족발은 동네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제는 원주 전역에서 손님이 찾아오고 있다.

"제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젊은 세대에겐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커다란 가마솥이 김 대표의 열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용이 편리한 조리도구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전통방식의 가마솥이 더욱 깊은 맛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집의 족발은 가마솥 안에서 엄선된 재료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족발이 냉동돼 있거나 오래된 경우에는 삶았을 때 탄력이 떨어지고 육즙도 말라 텁텁할 수 있는데 이 집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

당일 도축된 국내산 생족발만 공수하기 때문이다. 납품받은 족발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즉시 핏물과 불순물을 제거한 뒤 사용한다. 계피, 황기, 감초 등 8가지 한약재와 각종 채소를 넣어 양념국물을 만들고 두 시간 정도 삶아내면 족발이 완성되는데 한약재를 많이 넣어서 유난히 색이 짙고 돼지 특유의 누린내도 없다.

특히 김씨족발은 당일 판매할 만큼의 족발만 삶는 것이 특정이다. 하루에 30개 정도만 삶아서 5시에 영업을 시작하고 그날 준비한 족발을 모두 판매하면 가차 없이 문을 닫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손님들에게 보다 신선하고 정직한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손님이 평상시보다 많지 않아 족발이 남았을 경우에는 다음날 재판매하지 않고 원주시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메뉴는 단촐하다. 메뉴판에는 족발과 쟁반국수뿐이다. 사이드 메뉴도 많지 않다. 무생채와 부추무침, 콩나물국, 쌈채소가 전부다. 사이드 메뉴에 치중하지 않고 더 맛있는 족발을 만들기 위해 군더더기를 뺐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메뉴는 족발(중 2만6천원, 대 3만원, 특대 3만5천원), 쟁반국수(소 8천원, 대 1만2천원)로 구성돼 있다. A(4만2천원, 족발 특대+쟁반국수 대), B(3만6천원, 족발 대+쟁반국수 대), C(3만원, 족발 중+쟁반국수 소) 세트메뉴도 판매한다. 근거리 위주로 배달이 가능하며, 방문포장 시에는 3천원 정도 할인 받을 수 있다. ▷문의: 735-9399(김씨족발)

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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