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오섬주 양이 동생(대찬)과 함께 혼자사는 어르신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처음에 도시락 배달을 시작하게 된 건 엄마의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독거노인 분들에 대한 기사를 보고 시청에 전화하셔서 관련 있는 봉사활동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원주종합사회복지관에 도시락 배달하는 일을 같이하자고 하셨습니다. 예전에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나서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도시락 배달이라고 하기에 다른데서 도시락을 사 와서 배달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직접 만드셔서 도시락 가방에 넣어서 우리차로 배달하는 거였습니다. 평소에 태장1동이나 2동은 자주 다니지 않았었는데 주소를 보니까 많은 분들이 그 쪽에 살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길을 잘 몰라서 공익근무요원분들이 같이 차에 동승해 알려주셨습니다.

한 곳씩 돌아보면서 본 어르신들의 집은 생각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라서 추우실 텐데 히터 같은 건 하나도 없고, 그나마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계시는 그 모습에 뭔가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의 손은 항상 차가웠습니다. 도시락을 받으실 때마다 매우 고마워하시면서 복지관 선생님들께도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매번 갈 때마다 차 조심하라고, 몸조심하라고 해주시는 걸 볼 때마다 이 일에 보람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처음에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드릴 때는 그저 "안녕하세요. 여기 도시락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떻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네요. 엄마가 앞에서 이것저것 말도 거시고 대화하실 때 뒤에 숨어서 쭈뼛쭈뼛 거리던 모습.

몇 달 전부터는 남동생이 홈스쿨링을 같이하게 돼서 도시락 배달도 같이 하게 됐습니다. 남동생이라서 그런지 엄청 뛰어다닙니다. 도시락통이 담긴 바구니가 무거울 텐데도 혼자 들려고 합니다. 지금 남동생이 어르신들 앞에서 쑥스러워하는걸 보면 예전에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물론 지금은 말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이가 없으신 어르신들이 말씀하실 때는 못 알아들어서 쩔쩔맬 때도 있지만 요새는 여름이라서 차를 타고 다닐 때 엄청 더운데 에어컨을 틀면 잘 안 나가는 우리 차 때문에 창문을 열고 더운 바람을 맞으며 갑니다. 엄마는 에어컨이 싫어서 그런 거라고 하셨지만….

어르신들도 더워서 많은 분들이 이발을 하셨습니다. 도시락을 받으시면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세끼 꼬박 음식을 먹으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면 못마땅한 얼굴로 깨작깨작 거렸던 게 얼마나 철없는 행동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한 번 먹을 때 그 하나하나가 다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할 일이었는데….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항상 감사함으로 먹고, 도시락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더 꾸준히 봉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