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하(63)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이하 모범운전자회) 강원도지부장(원주시지회장 겸직)은 33년 무사고 경력을 가진 베테랑 택시기사다. 사업용 자동차를 10년 이상 무사고로 운전한 도내 1천500여명의 모범운전자회 회원의 수장이면서 280여명의 원주지회 회원들을 이끌고 있는 모범 운전자다.

원주지회장 15년, 강원지부장을 12년간 역임하면서 교통사고 근절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회가 결성된 도내 17개 시·군 회원들을 동원해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운동, 정지선 지키기 운동, 교통질서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또 원주지회 280여명의 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초·중·고에서 등굣길 교통지도 봉사를 펼치고 있다.

심 지부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2006년 교통안전 진흥에 대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국무총리표창, 2002년 안전행정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12일 원주지회가 도로교통공단 강원도지부가 주최한 교통사고 줄이기 범국민대회에서 단체표창을 수상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심 지부장은 1981년 택시면허를 취득한 뒤 33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택시를 운전해왔기 때문에 택시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중에서도 택시에 두고 내린 분실물을 찾아주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9년전 중년 여성이 잃어버린 목돈을 찾아준 일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이 여성은 우산동 한 아파트에서 탑승해 택시 뒷자석에 앉았다가 거금 500만원을 두고 내렸는데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돈다발을 발견한 심 지부장이 서둘러 아파트로 되돌아갔고, 때마침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성을 발견해 돌려줬던 일화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15년 전 태장2동 한 교차로 인근을 운행 중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해 많은 양의 피를 흘리며 도로 한가운데 쓰러져 있던 군인을 차에 태웠다.

앞뒤 정황을 살필 겨를조차 없이 병원으로 향했지만 군인은 끝내 숨졌다. 그런데 더욱 마음이 쓰렸던 것은 군인의 부모가 그것마저도 고맙다면서 찾아와 피로 얼룩진 시트를 갈아줬다고 한다. 심 지부장은 "생사가 불투명한 군인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던 중 그의 부모가 답례를 위해 찾아왔을 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범운전자회 지회장으로서 지난 2002년 그는 고뇌에 빠졌다. 그해는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때였다. 심 지부장은 대민지원 차원에서 원주지회 40여명의 회원들과 피해가 막대한 삼척에서 3일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현장에서 한 회원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심 지부장은 "모범운전자회 회장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회한의 시간을 보냈다"며 "먼저 떠난 회원만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 지부장은 교통사고 근절을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회원들을 독려했다. 심 지부장은 "1년간 전국에서 5천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며 "교통사고 근절을 목표로 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을 결집시키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