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틀 안에서의 반복된 생활, 내가 아닌 남들의 일상이 대부분의 대화로 가득차고, 혹여 내 얘기를 한다 해도 학교, 월급, 미래의 연봉, 그 돈으로 사고 싶은 것 등 나 자신이 아닌 것들이 주가 되어가는 일상에서 벗어나는데 여행을 선택한다.

학창시절까지 정말 평범하게 살아오다가 군 제대 후 어느 날, "한 번 뿐인 인생 즐기자" 라는 문구가 가슴에 들어오고, 뭣에 홀린 듯 다니던 대학교를 중퇴하고, 내가 진정 원하고 행복한 일을 찾아 나갔다. 그렇게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 라는 모토로 어릴 적부터 꿈꾸던 가게를 차려 운영하기 위해 관심분야인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전의 한 레스토랑 주방에 입사해 하루아침에 '요리사'라는 호칭이 생겼다. 그러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고된 노동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큰 상처와 함께 주방에서 나오게 됐다. 그때 내 자신에게 큰 실망을 했고, 좀 더 자신을 알고, 느끼기 위해 떠난 것이 바로 '여행'이다.

22살,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62박63일간 혼자 전국일주를 했고, 그 여행을 통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겼고,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뒤로 내 인생과 가치관을 바꾼 '여행'에 푹 빠졌고, '요리사'라는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틈이 날 때마다 여행을 자주 다녔고, 올해 겨울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BC)'를 다녀온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50일 무전여행'을 계획했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이 요리를 하던 친구와 함께 떠났다. 둘 다 단돈 100원도 가지고 나오지 않고, 여행은 시작 되었다. 목적지도, 계획도, 돈도 없는 우리는 발길 닿는 데로 짐 보따리 하나 들춰매고 걷기 시작했다.

자고 싶으면 자고, 쉬고 싶으면 쉬고, 놀고 싶으면 놀고 그 누구의 간섭도 눈치도 받지 않고 본능 그대로를 느끼며 여행했다. 가고 싶은 길로 발을 디뎠고, 우리가 선택한 길에서 마주치는 상황과 사람들이 우리를 반겼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의식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고, 그분들이 도와줄 수 있는 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 또한 여행 출발 전 여행 중 의식주에 관해 걱정을 했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오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의식주 중 '의'는 가지고 다니는 옷들을 그때그때 물 있는 곳에서 손빨래로 세탁해 입고 다녔고, '식'은 없으면 굶자 라는 마인드로 다녔다. 정말로 먹을 것이 없어서 2~3일 정도 굶은 적도 있었지만 다니는 곳 마다 먹을 것을 주고 응원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큰 문제 없었다.

'주'는 시골 마을회관이나 경찰서, 교회, 절 등에서 해결했고, 여의치 않으면 비닐천막 아래 침낭을 덮고 밖에서 자기도 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생존(?)하며 팔도를 다 돌아다녔고,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며 제주도 배 삯을 구해 제주도 일주도 했다.

하루 평균 20~30km를 걷고, 하루하루 잠자리, 식사가 보장되지 않은 불안한 시간을 그때그때 웃으며 긍정적으로 임하며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한치 앞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그것이 결국은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이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 '여행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여행처럼 살자' 라는 주관도 생겼다.

젊고 용기가 있어서 도전하는 게 아니라, 도전할 때 젊고 용기 있는 것이다. 한 번 뿐인 인생 젊고 행복하게 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