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천변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단구동 원주천에서 '깨끗한 환경, 건강하게 살자'는 벽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벽화는 환경활동가이자 벽화가인 한용택(74) 옹의 작품이다.

한 옹은 호저면에서 태어나 시골봉사자들이 만든 공립학교를 다녔다. 4년간 봉사자들에게 글과 그림을 배우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학업이 중단됐다.

전쟁통에 만들어진 임시학교는 다닐 형편이 못되자 '도둑공부'를 했다. 학교에 몰래 들어가 벽에 걸린 그림을 훔친 뒤 어떻게 그린 건지 독학으로 공부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일산동에 있던 군인극장에서 일을 배웠다.

한 옹은 "군인극장이 한국전쟁 땐 주한미군의 휴게공간이어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면서 "주한미군이 철수한 뒤 한국군이 사용한 덕분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군인극장에서 그림을 배우며 조감도 그리는 법을 독학했다.

1·4 후퇴 때 유탄으로 가족을 잃고 잘 곳이 없어 길가에서 자는 등 거지처럼 생활했지만 조감도 그리는 일을 시작한 뒤에는 전국을 다니며 돈을 벌었다.

그는 "원주에서는 1군사령부와 의료원, 상지대 건물의 조감도를 그렸고, 당시 신축하는 아파트와 교량, 도로 등의 조감도를 그리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며 "전국을 다니며 관광지 안내도를 그려주기도 했고, 당시 철도청에서 하청받아 그림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베품도 잊지 않았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1970년대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원주의 7개 국민학교에서 교사들의 수업 보조 봉사를 했다. 교과서를 대신해 칠판에 붙일 전지에 삽화를 무보수로 그려줬고, 동사무소와 경찰소 입구에 세워놓는 입간판에 계몽문구를 적는 작업도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환경문제에도 시선을 돌렸다. 환경에 관해 제대로 알기 위해 신문과 책을 탐독하고, 외국으로 출장가는 지인들에게 부탁해 선진국에서 진행하는 환경사업을 공부했다.

한 옹은 "환경운동을 하면서 원주천변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쓰레기 버리지 말자'는 벽화를 쓰려다가 표현을 순화해 '푸른산 맑은물 살맛나는 우리원주'라는 표어를 작업했다"고 말했다.

당시 벽화작업에는 사비 150만원이 들었다. 세월이 흘러 벽화를 손볼 때가 됐을 당시 원주시가 WHO 건강도시로 선정됐다. 그 문구로 벽화를 만들기도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깨끗한 환경 건강하게 살자'는 문구로 바꿨다. 환경 운동을 전파하고자 단구동 유승아파트 인근과 근린공원 매점 건물에도 그림을 그렸다.

"환경은 얼굴에 있다"는 한 옹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환경이 깨끗해야 편안함을 느끼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은 오감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하며, 그림은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