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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 추모 20주년의 의미
2014년 05월 19일 (월) 황도근 무위당학교 교장 wonjutoday@hanmail.net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 그리고 이루려하지 마라."

이 말씀을 남기고 선생님 떠나신지 어느덧 2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말씀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치열한 현실의 벽에 부딪힐수록, 남긴 말씀의 의미가 귓가에 울림처럼 크게 들려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최근 우리사회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놀라울 정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본의 성장동력이 꺼지면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빈부격차, 청장년 실업증가, 자영업자 몰락, 비정규직 확대, 대형 건설프로젝트의 파산, 금융시스템의 부도덕 등으로 사회의 깊은 상처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쟁과 돈 중심의 사회구조는 잠시 물질의 풍요를 주었지만, 대신에 거칠고 비도덕적 행동, 파렴치하고 이기적인 생각, 치열한 논쟁과 갈등 등의 매우 불안한 삶을 남겨 놓았습니다.

급기야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비인간적이고 파렴치한 우리 부끄러운 자화상을 남겨놓고 말았습니다. 나만 돈 많이 벌어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우리사회에 충격적인 경고를 보낸 것입니다.

늦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 여러 지역과 다양한 영역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생명과 협동의 실천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사회가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동안 성장중심 경제체제가 벽에 부딪히고 사회 안정적 구조가 흔들리면서, 삶의 철학적 빈곤으로 가치관의 혼란이 휘감싸며 괴롭힐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은 막혀버린 현실의 기득권에 좌절하면서도 이에 대항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다. 새로운 대안사회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생명과 협동의 삶을 사셨던 무위당 선생 추모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침략적 서구문명에 대항해 한민족의 정신적 가치와 삶을 지켜내기 위한 민중운동이었던 동학혁명 1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시작했던 최초의 협동조합인 영국의 롯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이 설립된지 1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확실히 새로운 전환시대의 앞에 놓여있습니다.

무위당 20주기는 이러한 배경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선생을 추모하고 기리는 선양사업과 선생의 말씀과 작품을 모으고 깨닫는 모임으로 지내왔다면, 이제는 우리사회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사상과 삶의 모습을 따라서 새로운 전환시대에 우리의 삶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의 생명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불안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우리사회에서 무위당 사상과 삶이 새로운 등불로 삼을 수 있는 생명공동체운동으로 계승 발전해야, 고단하고 힘든 젊은 세대와 불안하고 지친 기성세대에게 성찰과 희망의 웃음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운동, 협동운동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입니다.

28년 전 오십이 넘은 나이에 장일순 선생과 박재일 회장은 제기동에 '한살림농산'이란 조그만 쌀가게를 차려놓고 너무 기뻐하며 술한잔의 건배를 하셨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모두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충고하고, 고생길이 훤하다고 말리고, 민주화를 위해 길바닥으로 뛰어나오라고 선동해도 그분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새로운 희망의 씨앗 한 알을 땅에 심으셨습니다.

그 한 알의 밀알이 조금씩 커서 이제는 거대한 공동체가 되어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후학들도 그분들처럼 모두가 더불어 사는 새로운 대안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알의 밀알을 심었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가 한계에 부닥치고 있듯이 생명협동공동체도 무위당의 사상을 삶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조만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에게 무위당 20주기는 추모의 의미보다 그분의 삶과 사상을 실천하며 새로운 길을 가는 전환점입니다.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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