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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20주기를 맞으며
2014년 05월 19일 (월) 권영문 전 언론인 wonjutoday@hanmail.net
   
 

제24회 서울올림픽 개막을 5일 앞둔 1988년 9월 12일. 강릉, 춘천, 횡성을 거쳐 원주에 도착한 올림픽 성화는 원주지역 주자들의 손에 들려 태장동에서 원일로와 남부시장 등 원주시내 중심가를 일주하고 오후 늦게 원주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성화는 운동장 구내에 미리 마련된 '올림픽성화기념비' 앞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충주를 향해 떠났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성화기념비는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기념비는 비록 연륜은 짧지만 이렇다 할 기념물이 별로 없는 원주로선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민간 주도에 의한 순수 모금으로 건립했다는 점이다.

당시 건립추진위 부위원장이었던 원제윤(元濟潤 81, 당시 원주시번영회장) 씨에 따르면 기념비는 1988년 초 성화의 원주 숙박 일정이 확정되자 원주시(시장 趙誠雲)와 번영회를 주축으로 원주에 무언가 올림픽 기념물을 건립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문창모(文昌模 작고) 전 국회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를 구성해 건립한 것이다.

건립비용은 번영회가 모금을 담당해 당시로선 거금인 1억2천만원을 모았다. 기념비 후면에는 모금에 참여한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원주시는 운동장 부지제공 등 일부 절차경비만을 부담했고 건립비용은 순수 모금으로 충당했다. 조각은 제28회 가을국전(1979년)에서 '역사의 문'이라는 작품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원주출신 조각가 한창조(韓昌造) 씨가 맡았다.

이렇게 건립된 성화기념비는 실제로 성화가 원주에서 하룻밤 묵은 것을 기념하고 있다. 이와 달리 강원도내에서 성화가 숙박한 춘천과 강릉은 이런 기념물 없이 목조 안치대에서 숙박했다. 춘천에선 1년 후 서울올림픽 개최 1주년 기념행사 때 숙박 장소(도청)에 관의 예산으로 기념물을 건립했다.

하지만 규모나 예술성 등에서 원주 기념비와는 비교가 안 된다. 강릉도 마찬가지로 뒤 늦게 조그만 기념비를 세웠다. 당시 도권 언론들은 춘천의 뒤 늦은 기념비 건립을 크게 부각시켰는데 필자는 원주처럼 사전에 건립하지 못한 도청소재지 춘천의 상한 자존심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념비는 지금 가 보아도 대견스럽다. 지구를 둘러싸고 활활 타오르는 성화 불꽃이 주변 환경과 더불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모습은 자긍심마저 갖게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없는 것은 기념비에는 고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선생의 숨결이 스며있다는 점이다. 무위당 선생은 원주가 낳은 사상가이며 서예가이자 선각자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선생은 전통 한학을 비롯해 동서양의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 일찍이 1970년대 중반부터 생명운동을 시작했다.

자신을 따르는 후학들에게 늘 옆으로 손잡고 밑으로 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위당은 자신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럼에도 선생을 기리는 많은 후학들이 선생을 따르고 있다.

올림픽성화기념비에는 "등 푸른 치악이 동해의 아침 해를 건져 올리면 산 꿩 울음이 햇살 속에 여울지는 축복의 땅 원주…"로 시작하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이 비문은 무위당선생이 당시 진광중 교사 김선배(金善培) 씨에게 맡겨 그가 지은 것이며 음각된 글씨는 무위당이 직접 쓴 휘호이다. 가난했던 선생은 모금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비문은 선생께서 직접 챙겼다.

오는 5월 22일은 선생이 타계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사)무위당사람들이 20주기를 맞아 이날을 전후해 각종 추모행사를 갖는다.

올림픽성화기념비는 원주시민의 성의와 시대적 선각자 무위당의 숨결이 함께 만든 걸작품이다. 당시 원주시 인구는 16만 명이었으나 현재 33만 명으로 강원도를 이끌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26년 전 걸작품을 만든 그 마음으로 힘을 모아 우리 원주를 걸작 명품도시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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