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리 성님이네. 인차 좀 괜찮으시오?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번도 못 찾아가서 미안합니다."
"미안하긴 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동상도 다니기 힘들지. 근데, 늘봄학교 오는가?"
"예, 며느리가 하도 성화를 해서 벌써 네 번째 나옵니다. 여그라도 와야 사람들을 만나지요."
"그래 잘했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돼. 날 봐 이렇게라도 나오잖아."

매주 금요일, 호저면 70세 이상 어르신들 50여 분이 늘봄학교에 오신다. 늘봄학교는 '성공회 원주 나눔의집'에서 진행하는 농촌 어르신 여가문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사람이 그리워서다.

걷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마실 나가는 것도 귀찮아지고 텃밭을 가꾸며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일과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건너 마을 소식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외로우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소식도 나누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이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필자는 늘봄학교의 차량봉사자다. 승합차로 어르신을 모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목회자인 필자에게 썩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어머님, 오래 사셔야해요. 어르신들 돌아가시면 이 고향 농촌은 누가 지키나요? 자식들이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마을이 다 망가져요. 그러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차량봉사를 하며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한다. 뫼재(미재), 안골, 살미, 생댐이, 장포, 종포, 우무개, 마근거리, 한터, 잿말, 쇠절이, 빨월, 곤이골, 개전이, 소이동, 샘골, 구슬뫼, 도일, 막골, 넘말, 펴내 등등 골짜기마다 마을마다 이름 없는 곳이 없고, 이름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머물고 있는 곳.

10년 후에도 과연 이 농촌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초고령화 된 농촌 공동체는 힘겹기만 하다. 흥은 사라진지 오래고, 악만 남아있는 것 같다고 하면 좀 비약일까? 그러나 현실이 그렇다. 초등학교는 학생수를 유지하기 어렵고, 아이들 중 상당수는 조손가정이다. 원주시내권은 점점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농촌지역은 급속도로 쇄락하고 있다. 농촌 공동체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농촌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귀농·귀촌을 장려하고, 각종 대출혜택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연세가 많아서 농사짓지 못하는 농지를 위탁받아 전업농에게 임대해주는 농지은행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농어촌 정주를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도시민 농촌지원사업'도 있다. 원주시는 도시근교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위해서 이러한 다양한 귀농·귀촌 정책을 활발하게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원주시 귀농귀촌홍보관 홈페이지에는 최신소식이 전혀 없고, 지원정책도 귀농인 이사비용으로 가구당 200만원 한도의 지원밖에는 나와있지 않다. 홍천군과 비교해 너무 빈약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 유인 및 지원정책만으로는 농촌 공동체의 회복을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농촌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마을의 활성화를 위해서 주체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귀농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마을주민들과 정서적인 교감이다.

원주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불편함이 왜 없겠는가!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 부분을 해소해 주기 어려운 것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농지와 거주지를 마련하고, 정서적인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으로 귀농인구를 선발하고 유치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이렇게 주체적으로 귀농인구를 맞아들이는 마을에 정책적 지원을 하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귀농인구 자녀교육과 의료 지원 등을 함께 홍보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또 노년이 적적하지 않도록 면단위에 농촌형 노인복지관을 개설해 적절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즐겁고 활기찬 농촌 공동체가 회복되지 않을까? 도시접경농촌지역이 활성화되면 그 도시는 더 풍성하고, 안전하고, 행복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