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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자립하는 마을 변화하는 농촌
생각하는 농민이 잘 사는 마을 만든다
2014년 04월 28일 (월)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지금 농촌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데다 젊은 주민들의 도시 전출로 인해 공동화와 일손 부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에서는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농촌체험과 각종 소득사업 등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과 인프라가 제한적이고, 마을간 경쟁도 치열해져 난관에 봉착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농촌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원주만 해도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녹색농촌체험마을, 정보화마을, 마을기업 등 수많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물론 유럽, 미국, 중국 등 경지면적이 큰 외국과 비교했을때 우리나라 농가가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 지원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나친 의존은 농촌의 자립의지를 꺾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

이제 농촌은 마을주민들이 나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때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지는 지난 17~19일 '잘 사는 마을의 성공전략'을 타이틀로 광주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현장탐방 연수에 참가했다. 자립형 마을로 전국에서 모범지역으로 손꼽히는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일대와 서천군 화양면 달고개 모시마을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 마을 내 풀무학교 생활협동조합엔 다양한 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소통하는 지역공동체충남 홍성군 홍동면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은 1천600여 가구에 3천800여명이 살고 있는 곳으로 지역주민이 추진하는 다양한 협동조합 및 마을단위 사업과 농업교육, 유기농업 선진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귀농·귀촌 인구만 200여명에 달해 기존 주민들과 어우러져 참신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 인구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마을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며, 체계적인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 것이 눈에 띈다.

   
▲ 원예협동조합 가꿈 건물 전경

자립형 마을의 태동 이끈 풀무학교

홍동면은 농업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 1958년 설립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 설립 당시 풀무고등공민학교)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농부를 양성하는 풀무학교는 지역 학생들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남아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50년 전 대안학교 개념으로 설립한 이후 현재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지정되기까지 수많은 농업 인재를 육성해 지역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한 학년 정원이 25명에 불과하지만 농업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경쟁률이 10대1에 달할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주목 받고 있다.

풀무학교를 바탕으로 2001년 2년제 대학 과정인 전공부가 개설돼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오전에는 인문·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농업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며, 농촌이 한창 바쁠 시기인 여름에는 논과 밭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주축이 돼 풀무학교 생활협동조합을 만들고, 매장에선 실습을 통해 재배한 농작물과 지역에서 생산한 다양한 먹거리를 가공·판매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1969년 풀무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발족한 풀무신협도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현재 조합원 3천여명, 자본금 250억~300억 수준으로 성장했다.

또 풀무학교는 지난 2007년 개교 50주년을 맞아 지역에 기여할 일을 찾다가 학교가 아닌 마을에 도서관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밝맑 도서관'을 건립해 주민들의 쉼터로 제공했다.

   
▲ 풀무학교 전공부 학생들의 육묘장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경제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술집이 사라졌는데 읍내까지 가기가 어렵네요. 우리가 직접 만들면 어떨까요?" 동네에 있던 술집이 문을 닫자 주민들의 출자로 찻집이면서 술집인 '동네마실방 뜰'을 만들게 된 계기였다. 지난 2010년 주민 100여명이 출자금 1천800만원을 모아 가게를 얻고 직접 운영해온 것으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홍동면에는 주민들 의지가 결합돼 여러 공동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다 쓰러져 가는 헛간은 목공에 소질이 있는 주민이 목공소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자 주민들이 십시일반 손을 거들어 번듯한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지역 아동·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목공교실로 자리 잡았으며, 주민들은 이곳에 가정에 필요한 가구를 주문하거나 손수 만들기도 한다.

토지와 초기자본이 부족해 경제사정이 어려운 청년 농부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 '젊은협업농장'과 '협동조합 청촌', 사회생활을 마무리한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은퇴농장'도 주목 받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집을 짓기 위해 구성한 '얼렁뚝딱건축조합'과 원예교육과 묘목 생산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원예조합 가꿈' 등 이색적인 협동조합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홍동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마을 활력소, 그물코 출판사,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등 거점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또 문당권역, 풀무환경농업, 홍성유기농, 홍성한우클러스터사업단 등 단단한 영농조합 조직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한편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홍동면은 자발적으로 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을 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보건지소 보건의가 임기를 마쳤으나 지역에 남겠다고 결정하자 주민들이 환영하며 의료기관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것. 이번 달 발기인 대회를 열면서 설립이 구체화 돼 먼 길로 병원을 가야했던 주민들이 반가워하고 있다.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


충남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은 50여가구, 70여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로, 지역의 대표 작물인 모시를 이용해 발전을 꾀하고 있다. 달고개 모시마을은 월산(月山)리로, 과거 '월령(月嶺)'이라 불렸고, 대대로 한산세모시 전통이 유지돼온 마을이라는 점을 착안해 현재 마을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마을에 모시 장인이 10명이 넘는데도 모시산업의 쇠퇴로 주민들은 상실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 모시잎을 섞어 떡을 만들고 밥을 지어먹었던 것에 착안해 전환점을 맞게 됐다. 2004년 서천군이 추진한 '어메니티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이후 모시잎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역점을 뒀다.

"모시 농사 지어봐야 돈벌이도 안 된다"며 손사레를 치던 주민들도 마을을 되살려야 한다는 취지에 하나둘씩 동참하면서 모시 재배량을 늘렸고, 모시잎과 모시송편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모시송편의 경우 시중에 보기 힘든 상품이었고, 특유의 쌉쌀하면서 깔끔한 맛에 매료된 사람들이 늘어 인터넷 홈쇼핑에서 떡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을 이뤘다.

56세부터 85세까지 40명의 주민이 동참하고 있으며, 연매출은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농촌 공동체 소득창출사업에 선정돼 5억원을 지원받아 가공시설을 설치, 보다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달고개 모시마을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도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통 모시짜기와 모시공예를 비롯해 모시송편 만들기, 모시음식 만들기, 짚공예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근 금강에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이면서 유명한 철새 도래지로 소문난 신성리갈대밭이 있고, 모시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한산모시관도 지역 내에 운영 중이어서 관광차 들렀다 가는 방문객도 줄을 잇고 있다.

달고개 모시마을 주민들은 끈끈하게 정을 나눠 훈훈함이 느껴진다. 마을에서는 매월 1회 생일을 맞은 주민들을 위해 생일잔치를 열고 있다. 달고개 모시마을에서 11년째 이어온 전통으로, 함께 생일을 챙기는 것과 동시에 마을 운영을 위해 수고한 주민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양만규 마을회장은 "고령화로 침체기를 겪던 마을이 주민들의 열정 덕분에 다시금 활기가 넘쳐난다"며 "앞으로도 주민을 섬기면서 모두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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