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차려준 정성 가득한 음식을 먹은 것 같아요, 다음에 또 올께요". 이렇게 인사하는 손님을 배웅할 때면 쌓였던 피로감이 한꺼번에 달아난다고 말하는 김연자 대표. 김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음식'을 빼곤 그녀의 인생을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즘은 한창 봄나물이 돋아나는 때라 신이난다"며 "점심식사가 마무리되면 나물 뜯으러 들녘으로 달려 나간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껏 고조돼 있다.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음식이 시작된다"며 "원칙을 세워놓고 고집스럽게 지키다 보니 잠시도 한 눈 팔 새가 없다"고 말한다.

'미가'는 작년에 문을 열어 이제 일 년 조금 넘은 토속 한정식 집인데, 원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김 대표는 10여 년간 신림에서 농사를 짓고, 7년 정도 갈빗집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밑거름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메뉴를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심지어 직원이나 손님이 하는 사소한 조언에도 귀를 쫑긋 세운다. 발효액이나 효소, 묵나물 등을 접목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열정을 쏟는다.

얼마 전부터 선보이고 있는 갈비탕이 요즘 이곳의 효자 메뉴다.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손님을 위해 김 대표가 고민 끝에 시작한 메뉴. 불순물을 깔끔하게 제거한 갈비는 각종 한약재를 넣고 푹 끓여 국물을 우려내고, 갈비는 밑간으로 재워 사용한다. 청량고추를 넣고 담근 칼칼한 열무김치와 썩 잘 어울린다. 매콤한 갈비찜도 1인분이 가능하다. 식사로도 좋지만 안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반기는 메뉴다.

고추, 마늘, 깨와 같은 양념 재료는 신림면 농가에서 대부분 공수하고, 좋은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김 대표의 하루는 새벽 5시면 시작된다. 나물을 비롯해 채소류와 과일은 아무래도 전통시장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또 매장에서 사야하는 재료를 마련하기위해 낮 시간에 한 번 더 장을 본다. 그렇게 매일 소진할 수 있는 분량만 준비하다보니 묵혀 있는 재료가 없다.

미가의 기본양념은 '육수'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로 우려낸 육수로 열무김치, 배추 겉절이를 담그고, 밑반찬을 만드는데 넣는다. 강하고 양념 맛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밋밋할 수도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질리지 않는 자연의 맛이 느껴진다. 외식을 자주하다보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시키기 힘든 때가 많은데, 이곳에서의 외식은 그런 부담감이 없다.

녹두 닭, 도토리 전, 들깨 수제비, 조기구이, 흑임자 샐러드 등이 미가정식 코스 요리로 나오고, 매운 홍합찜과 편육, 황태구이가 추가된 미가 특선, 보쌈과 쌈채소를 곁들인 미가쌈밥이 있다. 또 미가 특정식에는 한우 육회와 더덕구이, 버섯전골이 포함돼 기품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메뉴마다 잡곡을 넣고 금방 지은 따끈한 돌솥밥과 함께 달래나 냉이가 향긋한 된장찌개, 기본 반찬 4~5가지가 제공된다. 다홍빛이 고운 오미자차나 수정과, 단호박 식혜 등으로 후식을 즐길 수 있다.

시청 근처 만대초교 옆에 위치해 있으며, 주차타워가 마련돼 있다.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영업하며 일요일 휴무.

▷메뉴: 미가정식(1만1천원), 미가쌈밥(1만1천원), 미가특선(1만6천원), 미가특정식(2만5천원), 갈비탕(7천원), 매운갈비찜(9천원)

▷문의: 743-6200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