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행위 허가기준인 '원주시 도시계획조례'를 놓고 원주시와 시의회가 작년에 이어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의원 발의로 개발 가능 토지의 경사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조례안이 발의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개정조례안은 시의회를 통과했으나 난개발을 초래한다는 환경 및 시민사회단체의 큰 반발로 원주시가 재의를 요구해 결국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원주시가 비도시지역과 자연녹지 등 농촌지역의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완화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마련하자 일부 시의원들이 또다시 '경사도 논란'을 들춰내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조례안 상정을 앞두고 원주시는 지난달 28일 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는 이와 무관한 '경사도 논란'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일부 시의원들은 경사도를 완화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상정하지 말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경사도 논란'은 재의요구를 거치면서 사실상 명분을 잃었다.

게다가 작년 10월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바뀐 경사도 산정방식이 원주시 도시계획조례 운영지침에 반영돼 '경사도 논란'은 어느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개정된 운영지침을 적용할 경우 개발행위 허가기준은 경사도 17도에서 22도로 5도 가량 완화됐다.

원주시가 운영지침을 개정하기에 앞서 설계사무소 대표들을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에서 경사도에 가장 민감한 설계사무소 측도 개정안에 만족해 했다는 게 원주시의 설명이다. 따라서 일부 시의원들의 계속된 경사도 완화 요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긍할 수 없다면 시의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의요구라는 파장을 거친 만큼 공청회는 경사도 완화를 찬성하는 측은 물론 반대한 환경 및 시민사회단체도 참여시켜 끝장토론을 벌여서라도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 시의원들은 시민을 대표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부여됐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경사도 논란'을 빌미로 원주시가 상정하려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시의회가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조례안은 비도시지역과 자연녹지 등 농촌지역의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개발행위 허가 시 앞으로는 기준 지반고(높이)를 적용받게 됐다. 이에 개발행위 허가가 불가하게 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원주시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물론 조례 개정으로 인해 난개발이 초래되는지, 조례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지만 '경사도 논란'을 빌미로 발목을 잡는 것은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