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면 정산3리에는 팔방미인 최남철(68) 사무장 덕분에 동네에 활기가 넘친다. 안산에서 자영업을 하다 귀촌한 최 사무장은 외지사람이지만 정산3리 발전을 위해 애정을 갖고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4년 전 자원해서 경로당 사무장을 맡으면서 마을 사물놀이패 '정산' 운영, 각종 마을행사 계획 및 운영, 향토가요 작사, 마을사진 기록 등의 활동을 통해 마을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최 사무장은 5년 전 아무 연고도 없던 원주에 편안한 노후를 위해 정산3리로 귀촌했다. 자식들이 서울에 있어 수도권과 가까운 곳을 알아보던 중 주변 사람 추천으로 11년 전 땅을 샀다. 그리고 몇 년 뒤 주택을 짓고 귀촌생활을 시작했다. 원주에서의 귀촌생활은 편안했다. 조용한 공간과 깨끗한 환경에 만족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농촌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65세 이상으로 고령인 현실에서 농촌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나이 들어 편안하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야 하는데, 어려운 농촌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서 팔을 걷어 붙였다. 우선 주민 대다수가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서업무 등 사무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사무장을 자원해 살림살이를 꾸리면서 경로당 활성화를 꾀했다.

그동안 지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경로당 환경이 열악했던 것을 바꾸고 주민들이 여가를 재밌게 보내고 즐겨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로당 체력단련실을 활용해 풍물교실, 노래교실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체육대회, 경로잔치 등 각종 행사를 치루면서 마을 사람들이 단합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마을 대동회와 경로당 및 부녀회 간에 공감대 활동을 통해 주민들간 협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원주의 400여개 경로당 중 6곳을 선정하는 모범경로당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부인 성납실 씨가 남한강 물축제 노래자랑에 참가해 대상을 받으면서 마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2011년 삼토문화재 노래자랑에서는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부인의 재능을 활용해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노래교실에는 마을주민 35명이 수료했으며, 점차 많은 주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남한강 축제에 참여하면서 정산3리를 배경으로 '정산가'를 작사하기도 했다. 원주시에 마을 관련 역사자료를 요청해 노래를 지었으며, 추후 곡을 입혀 마을노래로 지정해 주민들에게 전파하고 마을을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 사무장은 원주농촌 전통자원 보존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음식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별한 레시피를 가지고 야채스프, 유황오리 등 건강음식 개발 및 전파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건강도 챙기고 있는 것.

최 사무장은 "귀촌해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마을일을 챙기다보니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게 되는 게 더 행복한 노후생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마을에서 젊은 편에 속한다는 최 사무장은 마을 주민들의 즐거운 생활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도시 생활을 줄곧 하다 원주에 내려와 순수한 이웃들과 가는 정, 오는 정 시골인심을 느끼며 살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최 사무장. 그는 농촌 생활을 진정 즐길 줄 아는 귀촌인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