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0월 가족봉사운동 일환으로 무실동에 무궁화 심기를 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입니다. 우리 부부에겐 자녀가 3명이 있습니다. 큰아들은 고등학생, 둘째 아들은 중학생, 셋째 딸은 초등학생입니다. 아내와 저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늦은 저녁에야 가족끼리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힘들수록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사춘기 자녀들은 아내와 저의 곁에서 조금씩 멀어지더군요. 최근에는 큰 아들이 친구들과 다툼을 했는지 얼굴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큰아들을 불러 놓고 이야기를 해도 반항만 했습니다.

멀어진 자녀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준 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만 멋진 남편과 멋진 아버지로 각인될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가족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보, 가족봉사운동이 있는데 우리 함께 참여해 볼래요?" 인터넷으로 가족봉사운동에 대한 정보를 찾았고 2년 전 참가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성장할 때는 방학 중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서 잡초를 뜯고 봉사시간 점수를 채우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아내의 손을 잡고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자원봉사센터 직원은 가족봉사의 의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단순한 봉사가 아닌 봉사현장에서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그곳에서 청소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자연스레 문화재에 대해 물었습니다.

저는 사전에 학습한 내용을 자녀들에게 이야기해 주며 자녀들과 함께 서서히 관계를 맺어갔습니다. 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저녁식탁에 모여 오늘 우리가 했던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의 주제로 올렸습니다. 그렇게 우리가족만의 가족봉사운동이 전개됐습니다.

2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족은 빠짐없이 가족봉사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다른 가족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끼리도 친구를 맺고 사회성을 익히고 있습니다. 그때 봉사라는 것이 바빠서 하지 못하는 게 아닌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멀어진 아내와의 사이와 자녀와의 관계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바로 가족봉사 운동입니다.

얼마 전 자원봉사센터에서 올해 가족봉사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김없이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제는 자녀들이 먼저 가족봉사운동을 챙깁니다. 경험자로서 멋진 남편과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