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생긴 불의의 사고로 미처 꿈을 피워보기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힘든 입시과정을 거치고, 청운의 꿈을 품고 새롭게 시작할 대학생활의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참가하였다가, 변을 당한 우리의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 사고는 문제의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합니다. 안전불감증이 팽배해있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과 반성보다 사고 수습을 위한 책임 모면과 전가에 급급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또 사고가 지나고 열흘이 지나자 정부단위의 관계부처에서 회의와 대책을 2차례 논의하는 것으로, 벌써 우리 사회의 관심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그렇게 부실한 건물은 없어야 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활동할 때, 튼튼하고 안전하고 좋은 시설에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활동하는데, 숙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리조트에서, 대단위 프로그램을 하기위해 허술하게 지은 다목적 시설에서 행사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대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을 아낌없이 마련하고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두의 책임이라 생각됩니다.

청소년기본법에 의하면 만 9~24세를 청소년이라 하고, 청소년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생활이 중심인 우리의 청소년들은 학교단위의 계획에 따라 개인의 선택권 없이 대규모 활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자연과 도심에 있는 청소년시설은 공공시설로서 확충되고 충분히 무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하는데도, 현실은 공적예산 지원은 거의 부족하고 스스로 수익을 내야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시급한 시설 유지 보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욕구를 담아내고, 공간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사계절의 변화와 즐거움을 느끼려 할 때, 혼자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서 서로 기대고 같이 성장하기로 의기투합할 때, 건강한 밥을 먹으며, 좋은 시설과 공간을 누리며, 스스로 계획한 것들을 즐겁게 마치고 기운차게 돌아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거 하지마", "그런 데 가지마", 라는 말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준비했던 활동 자체가 문제였으니 앞으로는 하지 말라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학생 자율활동에 대한 '폐지' '금지'가 운운되고 있는 것도 심히 유감입니다. 또한 이번 사고를 겪은 대학생,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스스로 비난하고 자책하며 상처가 깊어질까 우려됩니다.

지난 여름, 해병대캠프 사고 이후에 청소년활동진흥법의 개정으로 숙박형과 대규모의 청소년수련활동은 14일 이전에 신고를 해야만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시행령을 준비 중이라 합니다. 마음껏 체험하며 몸과 마음을 키워가야 할 청소년들에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지원하기 보다는 활동을 위축시키고 제한하게 될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청소년, 대학생의 자치활동도 모두 신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 안전관리문화가 척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영리추구에 급급했던 기업에 있으며, 부실한 건물을 허가해 준 지자체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담론은 이제 '스스로 참여하여 관리하는 방향, 그것을 공적영역이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바탕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활동에 자율성을 키워내고, 제대로 마음놓고 꿈을 펼치고 이뤄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