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문을 여는 원주푸드종합센터(이하 푸드센터)가 무늬만 '원주푸드'라는 본지 보도가 나가자 농민단체들은 거세가 반발하며, 지난 13일 원주시를 항의 방문했다.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원주푸드로 둔갑시켜 공급한다는 건 푸드센터 건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농민단체는 지적했다.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서 원주푸드는 원주에서 생산·가공돼 2단계 이하의 유통단계를 거친 식품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푸드센터에서는 쌀을 제외한 학교급식 식재료를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이 물류센터는 3단계의 유통경로를 거쳐 전국에서 농산물을 수집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농산물을 조달하면 원주푸드가 아닌 셈이다.

농민단체는 이같은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원주시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원주푸드 사업이 지난 2009년 시작됐기 때문이다. 4년이면 결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데 원주시가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라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푸드센터에 농산물을 납품하기 위한 작부체계와 생산물량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농민들은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농민들에게 푸드센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학교급식으로 연간 70억원 이상의 농산물을 납품할 수 있는데다 공공기관 급식소와 군납 등 납품처가 풍부해 농민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타지역 농산물이 납품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농민들이 화가 난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초래된 원인은 당초에는 푸드센터를 원주시가 직영할 계획이었는데 유통센터를 위탁하기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발생했다. 작년 8월 원주원예농협을 위탁기관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체계적인 준비를 하기는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원주시에서도 연중 농산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년 전부터 이중하우스와 비닐하우스를 농가에 공급하고, 2회에 걸쳐 농민들을 대상으로 원주푸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준비는 해왔다. 하지만 원주푸드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계약재배는 등한시 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초래됐다.

때문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작목반별로 생산할 농산물 종류와 물량을 배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적정가격을 보장하지 않으면 납품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원주시와 농가간 직거래 시스템을 확립해 유통단계를 축소시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소수 공무원만을 배치한 현재 원주시 체제에서는 이같은 작업을 요구하기는 무리이기 때문에 신속히 공무원을 보강하거나 전문가를 영입해 원주푸드 사업에 원주시가 전력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로컬푸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푸드센터 건립은 전국 최초여서 시행착오를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은 낙제점이라는 농민들의 지적에 원주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