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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입니다"
2014년 01월 27일 (월) 구자열 강원도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
   

'마라톤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마라톤 코스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사건이다. 비슷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6월 4일 전국 동시지방선거의 입후보 시기가 다음 달로 임박했다.

강원도 유권자들은 도지사를 비롯해 도교육감, 도의원, 시장, 군수, 시의원, 군의원 등 160여명을 선출하게 된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되는 입후보자만 6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치권은 선거의 기본 '룰'조차 정하지 않은 채 셈법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거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출마 예정자들은 코스도 확정되지 않은 마라톤을 달리기 시작했고 유권자들은 출발선과 반환점, 결승선도 모른 채 경기를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기초자치단체가 중앙 정치에 예속되는 정당 공천제의 폐해를 지적했고 이를 바로잡아 진정한 지방자치를 꽃피워야한다고 앞다퉈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대다수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12년 11월 6일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 함께 기초 단위 정당 공천 폐지공약을 발표했다. 대선 유세 중에도 "그동안 지방정치 현장에서 중앙정치 눈치 보기와 줄서기 등의 폐해가 발생했고 비리사건도 끊이질 않았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로 기초의회와 기초단체가 중앙정치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주민 생활에 밀착된 정치를 펼치도록 돕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생각은 국민 여론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국 주도의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은 대선 당시 약속 이행보다 탈출구만 모색하는 모습이다. 정당공천 폐지의 문제를 들춰내고 광역, 기초단체장의 임기를 연임까지만 허용하고 특별, 광역시 기초의회를 폐지하자는 뜬금없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특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여론 확산에 나서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만든 공약일텐데 논란이나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았을리 없다.

그들이 위헌론의 근거로 삼는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내용에 주목해보자. '기초의원 후보자가 정당을 표방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84조는 위헌이고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겠다는 입법의도는 정당성이 의심스럽다'는 대목은 있지만 정당공천 금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위헌 결정한 것은 아니다.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정당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헌법 8조에서 보장한 복수정당제, 정당민주주주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부각시키고 있다. 기초선거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복수 정당제나 정당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될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은 잘 지켜져야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상식이다. '약속은 잘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로마시대 격언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다. 국민들 다수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대리인을 자청하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대리인들의 행동을 그냥 관망해야만 하는가. 유권자는 유권자의 몫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국민 여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한다.

영화 <변호인> 송우석 변호사의 대사가 새삼 화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국민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1천만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대다. 상식이 통하는 정치권, 상식대로 판단하는 유권자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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