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 안녕하셨는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 한해를 보내면서 답답함과 아쉬움이 많아 최근 이 말이 유행되고 있는 것 같다. 행복과 희망을 보여주기 보다는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며 답답해 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는데도 고달프게 살아가는 서민과 약자에게 설득과 애정어린 모습으로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건 참으로 안타깝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아들에게 건네받은 책 한권이다. 서울 자취방 앞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아들은, 버스를 내리면서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내게 건네주며 한마디 했다. "아버지, 제가 세상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요즘 모든 문제의 근원은 돈에 있는 것 같아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책을 받았다. 70년대 모모의 작가 미카엘 엔데의 녹취록인 '엔데의 유언'이었다. 199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앞으로 펼쳐질 세계화와 금융자본주의 세상을 걱정하며 남긴 마지막 유언이 담긴 책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돈이 행사하는 폭력, 인간에게서 떠나버린 돈, 그리고 이자가 이자를 낳는 자기증식만 하는 돈'을 걱정하며 금융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세계화에 대한 파멸의 사회를 절실하게 말해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는 혼자 잘먹고 잘살면서 남의 삶에 무관심한 사람들, 사회질서 회복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가들, 가진 자들의 돈놀이에 혈안이 되어버린 은행과 금융자본가들, 그리고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되어 바쁘게 살아가며 더 소중한 삶의 추억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줄곧 말한다.

"혼자 잘먹고 잘살면 정말 행복한가?"라고 그는 묻고있다. 그리고 과연 경제성장만이 유일한 목표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데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화폐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거니와 후손들이 지구에서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후손들이 살아갈 지속가능한 문명을 위해 모든 문제의 근원인 '돈'에 관해 오랜 시간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왔다.

올해 한국 무역은 사상 최대수출과 무역흑자, 3년 연속 1조 달러 무역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의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고, 특히 세계무역 8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현실을 보라. 주변의 모든 상가는 프랜차이즈 업종이 점령해 버렸고, 구멍가게는 모두 24시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강원은행 같은 지역은행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죽어라고 열심히 일해도 고리대금업자 같은 자본가들에게 빨대처럼 돈이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철도, 의료, 수도 등 공공시스템도 모두 민영화하려는 금융자본가들의 속셈에 끌려가고 있다. 올 한해 벌어진 한국사회 모든 갈등의 내면에는 돈의 폭력이 깊숙이 숨어 있는 것이다. 도구가 돼야할 돈이 권력과 신이 돼가고 있다.

그럼 우린 원주공동체를 금융자본가들로 부터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것인가. 우선 9천억에 해당하는 신협협동조합의 지역자본을 잘 지켜야 하고, 다양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활성화 해야 한다. 또한 지역화폐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지역 자영업체를 연대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 내에서 돈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성공시킨 사례는 세계 여러지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동부 이카타에서 성공한 지역화폐와 북세일 축제, 아파트 생협과 도서관 등의 나눔의 공간 사례는 원주도 시도해 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따뜻하고 마음 행복한 원주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벗어나려면 함께 먹고 살아야한다. 정의와 평화가 넘쳐나는 사회를 만들려면 우리가 서로 노동과 빵을 나눠야 한다. 2014년 새해는 '一人一口曰生' 한사람이 한입 씩 있으니 우리 모두 함께 살자. 무위당 선생 한글 필묵의 한자락이 생각난다.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