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우간다를 방문했다. 20년 째 선교사로 일하는 친구가 있어 별러오던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어릴 적 '엔테베 작전'이라는 전설적인 인질구출 사건으로만 알고 있던 엔테베 공항의 규모는 소박했다. 공항에서 차로 50여분 걸리는 수도 캄팔라는 역동적인 도시이다.

전체 인구 3천6백여만 명 중 20%가 넘는 160~170만여 명이 사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대전시만한 인구규모를 가진 큰 도시이다. 강원도 전체인구보다 조금 더 많다. 우간다는 인류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동아프리카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올해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방문했었는데, 매스컴은 크게 다루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아프리카의 대부분은 광활한 초원에 동물이 떼로 뛰노는 사파리 아니면, 굶주려 피골이 상접된 아이들, 그들을 안고 있는 슬픈 엄마의 모습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캄팔라 시장에는 엄청난 양의 농산물과 사람들로 가득하고, 거리에 상점과 노점과 사람들이 넘쳐난다. 도심 주변에는 도로의 확장과 건축 사업이 빈번하고, 울창한 수림 사이로 도시를 잇는 길들이 직선으로 이어져 있고, 사이사이 거리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애쓰던 우리나라의 1960년대 후반~1970년대를 연상케 한다. 나일강의 수원이 있어 수력도 풍부하고 석유 등 자원도 풍부하여 발전가능성이 높은 나라이다. 자원개발과 기간산업 건설을 위한 진출이 가능한 곳이다.

풍부한 석유 탐사권을 얻기 위하여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특사를 파견한 적이 있는데, 이미 다른 나라들과 계약을 마친 후였다니, 뒷북을 치는 우리나라 아프리카 외교의 문제를 드러낸 사례가 된다. 서구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 개발권, 탐사권 등 여러 면에서 선점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치밀한 일본의 전략, 이에 대비되는 중국의 공세는 가시적이다. 천 원짜리 슬리퍼에서 막노동 인력까지 보내는 대량진입 작전은 우리 눈에도 자주 띄였다. 선교사들의 활동 외에 한국인의 진출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강원도, 원주시 등 지방 차원에서 먼저 경제적 진출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

우간다 각 도시의 땅값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을 보며, 곧 우리나라의 복부인들이 진출하지 않을까 이야기하며 웃었다.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만 투자가치가 큰 대륙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감성문화와 공동체 의식은 차후 인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문화와 재능을 계발, 발전시키도록 하는 일은 중요한 사명일 수 있다.

친구 선교사의 말에 따르면, 현지에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지키고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식민 통치로 인해 주민들은 공손하지만, 마음 속에 분노를 가지고 있고, 유럽 열강이 장기간 심어준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교통경찰이 '음료수값'을 요구하는 게 다반사일 정도로 아래부터 위까지 부정부패가 존재하고, 개인은 때로 뻔한 거짓말도 하는데, 이들에게 자존감과 미래의 비전을 심어주는 일이 큰 과업이라고 한다.

내 친구가 일하고 있는 아프리카 음악학교(Africa Institute of Music) 로비에는 아프리카가 크게 그려져 왜곡되지 않은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이다.

한국인이 가진 왜곡된 아프리카 인식은 때로 '빛도, 이름도 없이' 일하는 그들을 맥빠지게 하기도 한다. 가령 한국에서 어느 목사의 부정행위 등 추문이 생기면, "아프리카 같은 곳에나 가서 조용히 봉사하며 자숙하라"는 권유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봉사를 잘 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사는 태도가 갑자기 변할 리도 없으니, 필시 현지인을 얕보고, 한국에서 행하였던 편법과 부정을 더 강화할 게 뻔하지 않겠는가, 올곧은 사람이 일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것이다.

잘못된 인식은 잘못된 태도를, 잘못된 접근법을, 잘못된 외교 정책을 형성하기 십상이다. 말로만 '글로벌'한 시대이니 세계로 향하자는 구호는 너무 상투적이다. 잘 살게 된 우리가 지구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하여는, 먼저 제대로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말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이미 그것만이 아니며, 매우 빠르게 변화 중인 부분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다. 동등한 국가,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올바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물 안 개구리'식 편협한 아프리카 인식이 바뀌고, 우리의 '글로벌'한 할 일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