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룡사를 지나 걷다보면 나무로 된 교량과 함께 약 1m 높이의 구룡소를 만나게 된다, 이 곳에는 구룡사 연못에 살고 있던 아홉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갈 때 뒤쳐진 한 마리가 살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왼쪽). 웅장하고 고즈넉한 구룡사 전경(오른쪽).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아침 저녁으로 가을 느낌이 확연하다가도 한 낮이 되면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찾아와 땀범벅이 되곤 한다. 습도가 높지 않고 살랑살랑 산들바람이 불어 여름철과 같은 불쾌감은 없는데, 내리쬐는 햇볕의 강도는 대단하다.

이런 날엔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으면 금상첨화다. 인근에 있는 나즈막한 산을 오르거나 임도를 걷는 것도 좋다.

어린 자녀와 어르신을 동반한 나들이이거나,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의 걷기를 즐기고 싶다면 치악산 구룡지원센터에서 세렴폭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탐방로를 잘 꾸며 놓았기 때문에 바람 쐬고 싶은 날 부담 없이 찾아가면 좋다.

구룡탐방지원센터-세렴폭포 구간

승용차를 이용해도 되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매표소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 오히려 편리하다. 41번대 시내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시외버스 터미널을 경유하기 때문에 타지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잘 활용한다.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또는 버스에서 내리면 탐방로 입구 오른쪽에 많진 않지만 상가가 줄지어 서 있다. 점심이나 간식거리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김밥, 음료수, 빵, 생수 등을 챙길 수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조금만 더 들어가면 구룡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다양한 탐방 정보를 얻거나 탐방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세렴폭포까지는 3km.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세렴폭포에 도착한다.

탐방지원센터 건물 앞 다리를 건너면 그늘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데크로드가 구간 구간 놓여있다. 20분 정도 걷다보면 오른쪽에 웅장한 구룡사가 자리잡고 있다. 보광루를 비롯해 대웅전, 범종각, 삼성각, 사천왕문, 종무원 겸 요사, 원통문 등의 건축물을 둘러 볼 수 있다.

구룡사 입구에 서 있는 나이 많은 은행나무가 장관이다. 이번 주말부터는 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할 것이고, 주위에 있는 나무들도 덩달아 단풍 옷을 갈아입어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낙엽을 깔아줄 것이다.

구룡사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서려고 할 즈음 조용한 음악소리에 고개가 돌아간다. 구룡사 아래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에서 틀어 놓은 음악이 흘러 나온다. 찻집 앞 계곡 옆으로 파라솔 의자가 놓여 있어 이곳에서 간식이나 점심을 먹기도 한다.

다시 길을 나서 구불구불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계곡이 연결돼 있어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물소리가 이어진다. 볼륨이 높아지는가 싶으면 '구룡소'가 나타난다. 짙은 초록빛 물속에서 금방이라도 용이 튀어 올라올 것 같은 구룡소를 지나면 그 위로 나무교량이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수 백년 된 울창한 숲길에 접어 들고 쪼르르르 다람쥐가 달려 나왔다가 숲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시기도 하다.

구룡사에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대곡야영장이 나오고 마지막 화장실이라고 표시된 건물이보인다. 구룡사에서 대곡야영장까지는 약초원길과 전나무숲길 갈림길이 있어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약초원길은 비교적 좁고 노면이 울퉁불퉁해 걷는 맛이 있고, 전나무숲길은 살짝 돌아가는 길이지만 넓고 평탄한 데다 전나무숲이 만들어 내는 풍경에 흠뻑 젖을 수 있다.

대곡 야영장 마지막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오른쪽 오솔길로 들어서 30분 정도만 더 올라가면 세렴폭포다. 넓적한 돌멩이가 놓인 길과 흙길로 연결돼 있으며 약간의 경사가 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숲과 계곡을 만끽하며 걷다보면 세렴폭포 다리 아래 쉴 수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 온다. 이곳에 여장을 풀고 운동화를 벗고 투명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멈칫한다.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세렴폭포 구간은 별다른 산행 준비없이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지만 구간 구간 평탄석과 같은 돌길이 나타나기도 해 미끄럼을 방지해 주는 트래킹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시내버스: 41, 41-1, 41-2번
▷입장료: 어른 2천500원, 청소년 800원, 초등학생 500원, 30인 이상 단체 할인.
▷문의: 762-5231(치악산국립공원)

임춘희 기자
chunhi2187@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