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언제 지나갔나 싶게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살갗에 와 닿는다. 올해도 여름이 길고 겨울이 짧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어느새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는 듯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력대란의 경고는 삶의 위기위식을 느끼게 한다. 2011년 9월 15일 대정전은 우리에게 전기는 끊임없이 공급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으며, 정부도 국가에너지정책의 무의미함을 느끼게 한 사건이다.

2008년 수립된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전력수요의 비중을 화석에너지사용은 줄여 나가고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2008년 대비 30%정도 늘려 나가는 방향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2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7기가 건설 중에 있으며, 4기가 건설 계획 중이다. 정부는 최근 몇 년의 전력대란 속에서 삼척과 영덕에 새로운 원전부지를 물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체 사용에너지의 96.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후로 비교하면 우리 생활주변에는 전기기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원주지역의 전력사용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석유사용량은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볼 때 에너지 효율화와 더불어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어야 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주에서는 가정, 상업분야의 에너지사용량이 많다. 그래서 건물은 단열과 기밀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건축문화는 에너지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외부 디자인에만 치중한다. 건물외벽에 대리석은 붙일 줄 알아도 단열재를 두껍게 붙이는 것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주택의 열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대류나 열전도에 의해 일어나는데 주택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벽과 유리 창문이다. 여름에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을 것도 아닌데 거실 정면의 유리창은 전면 개방형이고 북쪽방향에도 큰 창문을 해놓고 있다. 그러면 겨울에 북쪽창문에는 어김없이 성에가 끼고 벽에서는 물이 줄줄 흐르게 된다.

2007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원주에서 주택에너지효율개선사업(WAP)이 시작되었으며, 2012년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여, 250가구가 WAP사업 혜택을 받았다. 시공한 주택을 대상으로 기밀성테스트, 단열 정도를 측정해 에너지효율개선 진단을 한 결과 기밀성과 단열효과가 평균 20∼35% 향상됨을 볼 수 있었다. 구조적으로 안정된 건물은 많게는 50%까지 개선됐다.

단열과 기밀이 안 되는 건물이나 주택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천정과 모서리 부위, 창문주위에 결로가 일어나 곰팡이가 스는데 바로 단열과 기밀시공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건축물 허가 단열기준을 점차적으로 강화하고는 있지만, 설계상으로만 이루어질뿐 건축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단열시공이 실현될 지는 실로 의문이다.

그동안의 현장경험들을 통하여 건축시공매뉴얼을 작성하고 배포해 건설기능인에 대한 재교육활동이 필요한 대목이다. 노후주택에 대한 주택에너지 진단활동을 통하여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들도 컨설팅 해야 한다.

주택에너지 효율개선을 위한 교육, 홍보, 주택에너지 진단사업에서 원주시만이 그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지역에너지정책을 수립하여 건물, 주택분야로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원주시의 지역에너지지원조례 제정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