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올 상반기 원주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조인식 원주시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고, 원주시의회는 지난 1월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 골자는 도시지역 내 자연녹지지역의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경사도 17도 미만에서 22도 미만으로 완화시키는 것이었다.

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자 환경 및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난개발을 부추길뿐만 아니라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 및 기획부동산 투기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게다가 일부 의원이 경사도 17도 이상 22도 미만의 산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의원 윤리강령 위반 논란도 제기됐다.

이처럼 거센 반발이 일자 원주시는 이례적으로 의회에 조례안 재의요구를 했다. 사회적 갈등 및 분쟁을 증폭시키는 데다 공익적 측면에서 재검토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원주시가 재의를 요구한 지 7개월 만에 의회는 재의요구안을 본회의에 상정, 오는 11일 심의할 예정이다.

재의요구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참석한 상태에서 참석의원 2/3 이상 찬성해야 원안 가결된다. 의회가 재의요구안을 의결하지 않고 회기 10일을 넘길 경우 자동 폐기되지만 상정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재의요구안은 수정의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부간 결정만 남은 셈이다.

의회가 지난 1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개발행위 허가기준이 엄격해 개발 가능한 토지가 부족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발 가능한 토지가 부족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원주는 지금 최대 호기를 맞아야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소위 노른자위로 불려야 하는 남원주역 역세권 개발사업도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개발 가능한 토지가 부족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유재산권 침해도 소수에 해당되며, 대다수 원주시민은 개발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 및 도시경관 훼손 등의 피해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입법예고를 거친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곧 시행된다는 점도 고려할 대상이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자체 별로 제각각인 경사도 산정방식을 개선한 것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원주시의 경우 현행 경사도 보다 약 6도 가량 낮아지게 된다.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원주시 개발행위 허가기준은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경사도 28도가 되기 때문에 상당면적의 산림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1년 실시된 원주시 사회조사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 응답자의 89.6%는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자연녹지 감소는 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는 점에서도 이번 개정안은 재고의 여지 없이 폐기 처리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