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월 15일은 광복 68주년 기념일인 광복절이었다. 매년 반복하는 일이지만, 이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아파트 베란다 창문 앞에 태극기를 달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국기를 바라보니 마음이 무척 뿌듯했다.

필자의 기억에 새겨진 8.15 해방은 아주 소박한 기쁨이었다. 당시 국민학교 1학년이던 나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해방됐다는 감격에 눈물겨워 손에손에 태극기를 들고 학교 운동장으로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겅중겅중 춤추는 모습을 보았고, 어린 마음에도 그냥 신나서 군중속에 섞여 마냥 춤을 추었던 기억이 새롭다.

광복절 아침, 조반을 먹은 뒤 8시경 집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 보면서 필자는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7백 50여 가구가 사는 5개동 아파트 단지에는 1개동에 겨우 10개 미만의 태극기가 초라하게 내 걸려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국기가 게양된 가구수를 일부러 세어보기도 하면서 착잡한 감회에 가슴이 쓰라렸다. 광복절에 태극기를 다는 일은 몇 몇 사람들만의 한정된 경축행사가 아니다.

과거 36년간의 식민지 압박에서 벗어나 국권이 회복된 날을 온 국민이 함께 경축하는 기념일이다. 또한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하여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바쳐가며 피흘려 싸워 온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선양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가호호 태극기 달기를 통하여 모든 국민이 나라사랑 마음을 다짐하고 태극기가 펄럭이듯이 방방곡곡에 애국심을 확산시키자는 것이 소중한 취지일 것이다.

한해 동안에 태극기를 다는 국경일은 그리 많지 않다. 어림 짐작으로 대여섯 번이면 충분하다. ①삼일절 ②현충일 ③제헌절 ④광복절 ⑤개천절이다. 여기에 신정과 시민의날을 추가하더라도 연중 일곱 번이면 족하다. 국경일은 각기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 의미는 국민적 합의에 의하여 공인된 것이기에 우리 국민 스스로가 이를 다져나가고 선양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국경일 태극기 달기는 국민으로서의 책무라고도 하겠다. 잠시 반성하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왜 국기를 달지 않았을까? 혹시 바쁜 일로 시간이 없어서였는가? 국기를 다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면 족하다. 바빠서 못달았다는 답변은 누가 보아도 구차스런 변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국기가 없어서 못 달았는가? 가정용 태극기 가격이 얼마나 하기에 국기 한 점 구비해 놓지 못했을까? 다른 가정용품에 비하면 값이 비싸서 구입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변명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의가 없어서인 것이다. 각 가정마다 태극기 1점씩은 구비하고 있어야 국민으로서의 도리이기도 하다.

국기는 나라를 상징하는 표상이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국 국민들은 자국 국기에 대하여 존엄성과 존경심이 대단하다. 그러기에 국기에 대한 존경의식은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 및 어린이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엄격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광복절을 계기로 아주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다. 국경일 가정에서의 태극기 달기는 범시민적 홍보를 통하여 빠짐없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서 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계기로 삼고 나아가 원주발전의 동력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태극기 달기 캠페인은 공공기관이 나서기에 앞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주도적으로 솔선하기를 바란다. 순수 민간차원의 캠페인이 모든 가구의 참여를 이끌어 내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마련하기 원한다.

한 예로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수 있지 않겠는가 싶다. 단지내 구내방송을 활용해서 말이다. 바란건데 국경일 태극기 달기 실천으로 나라사랑의 물결을 일으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