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에 원주와 춘천 등 강원 영서지역을 비롯한 중부지역은 이례적인 폭우에 시달리기도 했다. 8월말에 접어들고 있지만 무더위의 위력은 여전하고, 여름에 관한 언론보도들이 흘러넘친다.

상어가 출몰한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말매미가 시끄럽다는 보도도 한다. 에어컨을 구매해야할 시점을 친절하게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하는데 진짜 소비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수해복구가 한창인데 도시의 침수 원인을 가지고 발끈하는 어느 자치단체의 모습은 볼수록 가관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뉴스는 여름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이 여름이 힘겨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렇다면 올 여름나기, 누구에게 가장 힘겨웠을까? 지난 주 에너지시민연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폭염이 취약계층을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조사 가구의 절반 이상이 30℃가 넘는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체 가구 중 25%는 바깥 기온보다 실내온도가 더 높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돼 있었다. 조사 대상 중 대다수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앓고 있었고, 폭염 시 현기증, 수면장애, 근육경직,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 이상 증상을 경험했으며, 이들 중 11%는 이미 폭염, 혹한으로 실신하거나 119 등의 도움을 받아 입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적 지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절반 이상(52%)은 에너지복지 지원 자체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최근 혹서기 폭염 발생에 대비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무더위 쉼터의 경우는 응답자의 92.5%가 이용하지 못했거나, 아예 무더위 쉼터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 아픈 대목은 폭염 시 가장 필요한 지원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 가까이가 선풍기라고 답변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에너지복지, 주거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시급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제도라고 할 만큼의 구색을 갖추지는 못한 모양새다. 취약계층에게 있어서 실제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지원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반드시 챙겨야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기본적으로 더위나 추위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것이 생명과 생활에 위협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미래를 내다보면 늦춰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원주는 지난 38년(1973년~2010년)간 평균기온이 1.6℃ 상승했고, 앞으로 2100년에는 5.4℃까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장 2020년까지 최대 1.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지난 100년 동안 상승한 값과 거의 같다. 그리고 2050년까지 3.2℃, 2100년까지 6.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50년 평균기온이 3.2℃가 상승하면 강수량은 16% 증가하고, 해수면은 27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현재보다 고온현상은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호우일수는 60%정도 증가하고 여름은 약 5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며, 내륙을 제외한 전국이 아열대 기후로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솔직히 쉽게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주 쉽고 분명한 사실이 있다. 다음에 찾아올 여름은 더 높은 온도를 기록할 것이고, 더 많은 비를 불러 올 것이다. 열대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워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며, 보지도 듣지도 못한 질병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다시 폭염과 폭우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것이며, 점점 여름나기는 힘겨워지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주부터 무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소식은 무척 반갑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어 잊혀지기 전에 여름나기의 힘겨움, 여름내내 힘겨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한번은 짚어보고 이번 여름을 보냈으면 한다.